오리온이 매출 부진을 타계하고자 경영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최근 본사 임직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담 회장은 "성과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며 질책하고, 사업환경이 어렵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담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의 경쟁력 강화, 신성장동력 발굴,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임직원 기강을 다잡고, 실적 위주의 인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오리온은 약 5년 전만 해도 식품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히며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회사다. 2009년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을 추월했으며, 2012년에는 중국 시장에서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08년 1조3614억원이던 매출은 2010년 1조5950억원, 2011년 1조9126억원, 2012년 2조3680억원을 기록하며 고속성장했다.
오리온은 2012년 창사 이래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2012년 2637억원으로 전년보다 22.6% 증가하는 등 당시 상장된 10대 식품업체 중 CJ제일제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초코파이로 통하는 '제과 명가' 영광에 걸맞지 않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 줄어든 7921억원, 영업이익은 23.3% 감소한 475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도 지속되고 있다. 오리온의 올해 2분기 연결 매출액은 5639억원, 영업이익은 457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6%, 5.1% 감소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 저항, 해외사업 정체 및 '오너 리스크'가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말 주요 원재료 상승을 이유로 대표제품인 초코파이를 20% 올려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또 담 회장이 지난해 25억여원의 순이익을 낸 비(非)상장 계열사로부터 150억880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중국 시장에서도 오리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제과 시장 성장 둔화로 성장세가 꺾였다. 올해 1분기 중국 법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5%, 0.8% 증가한 3129억원과 479억원에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제품의 돌풍으로 파이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통했던 오리온 초코파이의 위상이 확실히 예전만 못하다"며 "감자칩 시장에서도 경쟁사들의 공세가 가열되면서 일각에서는 포카칩 아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제과업계의 전반적인 불황, 원화 강세 등과 맞물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