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보조금이 공시된 8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전자상가.
'새 휴대폰을 개통하려면 용산에 가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손님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판매점 직원 A씨는 "지난 1일 단통법이 시행된 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어딜 가나 비슷한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굳이 이곳까지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 직원도 "다른 대리점들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 오늘 전보다는 보조금이 상향조정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눈치를 보는 듯싶다"고 했다.
한 매장 직원은 "전주보다 보조금이 올라 다행이다. 오후를 기점으로 손님들이 늘기를 기대해본다"고 긍정하기도 했다.
8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전주보다 상향조정된 보조금을 공시했다.
최신 단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4'의 경우, SK텔레콤은 기존 보조금 그대로 유지했지만, KT는 12만2000원으로 1일 공시금액보다 4만 원, LG유플러스는 11만 원으로 기존 8만 원 보다 3만 원 올렸다. LG G3 CAT의 경우 SK텔레콤은 13만3000원에서 20만 원으로, KT는 13만6000원에서 18만9000원까지 상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2년 약정의 7만 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사용할 경우에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대리점 직원은 "고객들이 단통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전에는 최신 단말도 20~30만 원 할인해주더니 왜 지금은 안 해주느냐'고 항의해 난감하다. 또 전에 서비스됐던 보호필름이나 휴대폰 케이스도 지금은 함부로 제공할 수 없어 원성이 자자하다"고 하소연했다.
SNS와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도 "요금제를 높게 쓰지 않으면 아무 혜택도 없는 단통법"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보조금 때문에 먼저 사면 이득인 것 같다" "소비자들에게 골고루 혜택 준다더니, 그 혜택 받은 사람?" "이통사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찔러보기를 하는 중" "이럴꺼면 폐지하라"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1일 단통법이 시작된 후 번호이동 수치도 급감했다. 하루 평균 1만6000건에 달했던 번호이동 건수는 7일 7118건에 그쳤다. 평균 5000~7000건의 수치로 단통법 시행 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보조금의 공시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통 3사는 보조금을 게시한 이후 일주일 동안 가격을 변동할 수 없다. 하지만 8일 단말의 보조금을 새롭게 갱신하지 않은 경우, 9일부터 자유롭게 보조금을 변동할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오늘 사려고 했던 단말의 보조금이 새롭게 공시되지 않았다. 내일 새롭게 보조금이 공시될 경우 오늘 사면 손해보는 거 아니냐. 모든 소비자들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자고 만든 '단통법'이 이제는 핸드폰 구매일까지 눈치보게 생겼다"고 혀를 찼다.
8일에도 SK텔레콤은 갤럭시노트4를, KT는 갤럭시S5를 공시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노트4를 제외한 대부분 단말을 전주 공시금액 그대로 뒀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끼리도 경쟁사의 눈치 보기에 돌입한 것 같다. 오늘 보조금을 올리지 않고, 경쟁사의 공시를 살핀 후 추후 조정할 계획인 듯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