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하도급과 관련된 고질적인 '먹이사슬형' 비리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신응석)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회사 도급 순위 100위 안에 포함된 대기업 건설사 5곳의 직원 13명은 하도급업체와 재하도급업체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어 왔다.
'검은 돈'이 오고 간 큰 틀은 아파트 공사 발주 대가이지만 세부적으로는 '갑'과 '을'의 철저한 '먹이사슬'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형 건설사 직원들은 아파트 내장재 공사 총 금액의 1% 상당인 8400만원을 뇌물로 받기로 하고 예상낙찰 가격을 하도급업체에 미리 알려줬으며 공사 과정에서 감액해야 할 대금도 눈감아 줬다.
또 대형 건설사들은 하도급 업자들에게 자회사 호텔 이용권을 구입하도록 강요하는 한편 룸살롱 비용을 떠넘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횡포를 부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평소 차명계좌를 이용했으며 리베이트를 제공한 하도급 업자들에게 차용금이라고 주장하도록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 대형 건설사 직원은 수년간 받아 챙긴 뇌물 3억원의 출처에 대해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재활용품 수거장에서 주워 이불 속에 숨겨놓고 조금씩 통장에 입금했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돈을 잘 줍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직원들은 하청업체들로부터 상납 받은 돈을 배분하는 방법까지 3가지 안으로 만들어 조직적, 관행적으로 뒷돈을 챙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대형 건설사 직원들의 연봉은 4000만원~6000만원 상당으로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28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아파트·고급 차량 구입, 유흥비, 윗선 상납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사들의 먹이사슬 구조는 대형 건설사-하도급업체-재하도급업체 순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 상납과 비자금 조성 협력 등 부당한 납품·도급거래 방식을 강요받던 하도급 업체들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 시공능력 개발 보다 로비에 의한 공사수주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먹이사슬 구조를 견디지 못한 재하도급업체 7곳은 최종 부도처리됐다.
광주지검 오정돈 차장검사는 "공사 하도급 과정의 부정부패는 불공정한 경쟁을 일반화시키고 건설업계 전반의 타성과 비능률성을 초래한다"며 "이번 사건은 무분별한 압수수색과 저인망식 수사를 지양하고 환부만 정확하고 신속하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지검 특수부는 이날 아파트 건설 하도급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 받은 대형 건설회사 임직원과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 등 33명을 적발해 7명을 구속 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