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채급증과 방만경영으로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 고강도 처방을 내놓았다.
'철밥통'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굳건하던 공공기관을 체질적으로 바꾸겠다는 메시자를 담은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일부 보도되기는 했지만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기대 이상'으로 평가된다.
특히 원전납품비리, 고용세습, 과도한 복리후생 등을 통해 방만경영 사례가 드러나자 국민들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한통속'이란 논란을 빚어왔던 주무부처의 책임을 강화한 것도 큰 특징이다.
김상규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은 "공공기관의 비정상적이고 방만한 형태를 근절함으로써 공공기관을 바로 세우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에 알리고 자율화 통해 정상화 추진
이번 정상화대책의 특징은 국민들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스스로가 계획을 세워 실천토록 한 점이다.
국민들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부채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정보 공개를 대폭 확대했다.
지난 10일 알리오를 통해 부채가 많은 LH, 수자원공사, 예보, 한전 등 12개 공공기관의 정보 내역을 확대한 것이 시발점이다.
앞으로는 고용세습, 휴직급여, 퇴직금·교육비, 경조금, 복무행태 등 8대 항목에 관한 기관별 정보도 상세히 공개함으로써 공공기관에 대한 정보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부채비율 200%에도 도전한다. 12개 공공기관은 물론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작성하는 41개 기관을 중심으로 우선 추진된다. 현재 공공기관 부채는 220% 수준이다.
정부는 부채감축 3원칙을 정해 공공기관 스스로 부채를 감축할 수 있도록 자율추진권을 주기로 했다.
공공기관 스스로가 자구노력 등 부채 감축계획을 제시하고, 정책당국은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정책패키지를 마련하게 된다. 또한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의 계획이 이행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철저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내년 3분기말(10월10일) 12개 기관에 대한 중간평가를 실시하고 이행실적이 부진하면 기관장 문책과 함께 성과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울러 ▲복리후생 가이드라인 ▲복리후생 관리 평가 비중 상향조정 ▲임원 임금 하향조정 ▲성과급 상한폭 하향조정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 '정상화협의회' 구성 등 다각적인 대책을 제사했다.
◇주무부처 책임 다하지 못했어도 패널티 없어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강조했던 공공기관장 인선에 대한 객관적인 면이 부족하다. 공운위에서 결정하겠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담보할 아무런 조치가 없다.
지난 9일 배경브리핑에서 공공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기관장 인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원론적 답변을 하는데 그쳤다.
주무 부처의 책임소재도 명확치 않다.
사실 공공기관 부채가 정부 빚을 뛰어넘게 된 것은 정부 리스크를 떠안은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 대신 악성부채를 떠안음으로써 부실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4대강사업으로 빚을 떠안은 수자원공사, 저축은행 부실을 떠안은 예보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주무부처들은 산하 부처에 대한 감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모 부처의 경우 지난해 산하기관에서 각종 부실로 사회적 파장이 일으났지만 감사원 감사에만 의존할 뿐 제대로 된 의례적 감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서도 주무부처의 책임권한만 높였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은 없다.
아울러 기관별 후속대책도 빨리 나와야 한다. 총괄적으로 200%로 부채비율을 감축한다거나 복리후생 가이드라인 제시 등 상징적 내용만 있을뿐 기관에 맞는 정상화 대책은 빠져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적용을 위해 각 기관별 진단을 통해 맞춤형 처방을 내렸듯이 이번에도 맞춤형 대책이 빠른 시일내에 나와야 말 그대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