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 임원들은 최근 열린 독일 가전전시회(IFA)에서 중국 TCL, 창훙 등의 TV를 둘러보고 깜짝 놀랐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 화질이나 디자인이 부쩍 향상됐기 때문이다. 미세공정 기술력까진 아직 쫓아오지 못했지만 놀라운 진화 속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애플 짝퉁' 샤오미(小米)는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 등 디자인을 따라잡은 데 이어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단순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중국시장 공략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TV 시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14'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제품들을 내놓으며 진일보한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단순한 '흉내내기'를 넘어서 이미 기술과 디자인에서도 한국 업체들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中,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자"... 자신 넘치는 도전장
중국 TCL은 이 전시회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앞서 110인치 곡면 초고해상도(UHD) TV를 선보였다. 특히 이 제품은 한국산이나 대만산이 아닌, 중국 차이나스타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채용해 중국 업체들의 한층 성숙된 기술력을 보여줬다.
중국의 하이센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양자점(퀀텀닷·quantum dot) TV를 선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퀀텀닷은 전류를 받으면 자체 발광하는 퀀텀(양자)을 주입한 반도체 결정으로, 퀀텀닷 물질을 필름에 적용하면 LCD의 색재현성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퀀텀닷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주목하고 있는 기술로, 삼성과 LG전자 관계자들도 TCL 부스를 찾아 이 제품을 상세히 뜯어봤다.
업계 주변에서는 중국의 성장세에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 업체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중국을 아직 본격적인 경쟁상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의 패널 기술력은 여전히 국내 업체들의 비해 크게 떨어진다"며 또 중국 TV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저가 전략을 펼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을 예의주시하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최대 크기',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긴 것은 중국 업체들이 국내 기술력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진화되고 있고 이제 국내 업체들의 70~80%선까지는 따라온 것 같다"며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단기간에 역전을 이뤄내고 있는 만큼 TV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망·정부지원·소프트웨어' 3중 압박... 中 휴대폰 샤오미의 '추격'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ZTE 등 중국 4대 업체는 25%를 점유했다. 1년 전(13%)과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상승한 것.
특히 중국 업체들은 현지 시장에서 외국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4~6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小美)에게 2년 만에 내줬다. 3~5위 역시 중국 업체인 레노버, 위룽, 화웨이 등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약진에는 중국 내 유통망 장악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막대한 내수 시장에 크고 작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셀 수 없이 많다. 현재 중국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LTE 스마트폰만 25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인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은 삼성전자나 애플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하다.
단순한 유통망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주 요인이다.
'짝퉁 애플' 샤오미는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 샤오미는 온라인에서만 휴대폰을 판매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 샵은 애플의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벤치마킹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샤오미는 한정된 시간동안 휴대폰을 대량으로 방출하는데 서로 사려고 야단"이라면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라고 귀띔했다.
사실상 이통3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휴대폰 유통 구조와 차별화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99%의 휴대폰이 이통3사를 통해 시중에 유통된다. 중국과 비교해 유통망 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도 큰 뒷받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4'와 애플의 '아이폰6' 출시를 앞두고 스마트폰 보조금 삭감에 나섰다.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보조금을 20억 달러(2조여 원)가량 축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통사가 보조금을 줄이면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현지 제품은 절반 가량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판매 촉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中 추격 떨치려면 '킬러 콘텐츠 등 모든 영역 점검해야"
한국 정부는 샤오미가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요인을 면밀히 분석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샤오미가 순수 경쟁력으로 시장을 점유했는지 확인해 보라고 현지 사업단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중국 시장 1위로 등극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배타적 규정이나 조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며 '우물 밖 개구리'를 꿈꾸고 있다.
단순 디자인 모방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등 콘텐츠를 판매해 수익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안드로이드 앱 장터 '샤오미 샵'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미챗'도 샤오미 작품이다. 업계에선 샤오미가 미챗을 통해 샤오미 샵의 앱을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하면 국내 제조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킬러콘텐츠를 탑재하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