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1년 넘도록 장기화되면서 올 상반기 CJ그룹의 투자가 당초 계획 대비 35% 의 차질을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CJ는 이 회장이 구속된 뒤 올해 보수적으로 투자 계획을 짰음에도 이 회장의 부재 여파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단기적인 실적은 크게 영향이 없지만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에는 큰 차질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올해 상반기 중단되거나 지연된 투자액이 4800억원에 이른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투자액 1조3700억원 가운데 약 35%를 집행하지 못했다. 이 회장의 의사결정 지연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CJ 관계자는 "단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M%A 등 투자집행에 대한 의사결정은 이재현 회장의 결정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면서 "지난해 7월1일 이 회장의 구속 이후 우려했던 경영 공백 후유증이 올해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CJ그룹의 주요 투자계획이 상당수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CJ그룹이 2020년까지 글로벌 물류 5대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올해 초 국내 중부권에 물류터미널 거점을 확보하기로 하고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의사결정을 받지 못해 보류됐다.
이번 투자는 CJ대한통운의 물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하반기 CJ대한통운은 미국, 인도 물류업체 등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협상 단계에서 중단돼 차질을 빚었다.
CJ CGV 역시 올해 초 야심차게 계획했던 해외 극장 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연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1위 컬쳐플렉스 도약이라는 중장기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CJ오쇼핑 역시 해외 M&A 인수를 통한 사업 확대 계획이 보류된 상태다. CJ그룹이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추진중인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의 경우 베트남업체와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M&A를 추진했으나, 최종 인수 전 단계에서 중단됐다.
CJ푸드빌도 해외에 한식 레스토랑 '비비고' 매장을 출점할 계획이었으나 보류됐다.
CJ그룹은 ▲2010년 1조 3200억원 ▲2011년 1조 7000억원 ▲2012년 2조 9000억원 등 해마다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려왔다.
특히 2012년에는 외식 및 문화콘텐츠 사업의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당초 계획 대비 19%를 초과하는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이 회장의 공백 사태가 빚어지면서 투자는 계획대비 20%가 미달한 2조6000억원에 그쳤다.
계획했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그룹의 성장 동력도 주춤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부분은 글로벌 사업의 타격이다.
CJ그룹은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을 모토로 해외 진출을 확대해왔고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 2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사업은 역신장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기준 CJ그룹의 전체 매출액 대비 해외 매출 비중은 23%로, 2012년 29%에 비해 6%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 비중은 23%에 불과했다. CJ글로벌 사업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바이오 사업에서의 라이신 판가 인하, 물류사업 감소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재현 회장 부재에 따른 적기 투자 실패가 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총수의 부재가 의사결정이나 기업 경영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해야하는 중요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총수의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하는 만큼 총수 부재가 미치는 영향 역시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