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감자(자본감소)'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감자 결정 이후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가 그만큼 악화됐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부터 이달 6일 현재까지 감자 결정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8곳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개 업체)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두산건설은 지난달 25일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건설의 자본금은 기존 2조7692억원에서 2859억원, 발행주식수는 5억5185만2310주에서 5518만5231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는 내년 1월13일부터 진행된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이는 과다한 발행주식수를 줄이고, 배당 가능한 자본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도 지난 3일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에 나섰다. 온라인 영어학습 사이트 에듀박스 역시 지난 4일 보통주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이들 기업이 감자에 나서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이 있을 때 자본금을 줄여 기업의 재무구조를 건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산건설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이 1조4934억원으로, 자본금 2조7692억원보다 적어 자본잠식률이 50%에 육박했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감자 결정이 많은 것은 상장폐지 우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증시 관계자는 "12월 결산법인은 연말까지의 실적을 갖고 회계감사를 받는데, 만약 감사보고서 의견이 '적정'이 아닌 '한정'이나 '거절'로 나오면 상장폐지되거나 금융권으로부터 나쁜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배경에도 감자 결정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건설은 감자 결정을 공시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후에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25일 218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6일 1505원으로 30% 이상 급락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가격제한폭까지 곤두박질쳤고, 6일에도 10% 이상 급락세로 마감했다. 에듀박스 또한 5일부터 주가가 이틀 연속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의 감자 결정은 그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금난이 있다는 것"이라며 "감자를 하는 기업 치고 좋은 회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대부분 재무구조가 형편없고 자본이 잠식된 회사가 반드시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체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는 임시방편일 뿐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감자 발표 이후 이미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본전 생각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이런 종목에 대해서는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