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게임산업 활성화도 있으나마나한 얘기가 돼버렸어요… 이런이런 이유로 못했다는 얘기는 누가 못합니까?… 기어이 해내겠다는 의지와 정열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생각처럼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해 정부 및 청와대의 소극적 태도를 강한 어조로 질타하고 나섰다.
지난 17일 충분한 성과를 보여줄 여건이 안됐다는 판단에 따라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연기한 이래 연일 규제개혁을 위한 '공직사회 군기잡기'용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께 TV로 생중계를 하는 가운데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려다가 무기한 연기시켰다. 1차 회의에서 제기된 규제개혁 사안과 관련한 충분한 성과를 2차 회의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성과가 미흡한 상황이다보니 안 하느니만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회의 연기를 결정하고 이틀이 지난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과 관련한 공무원의 감사면제 조항이 정부입법안에 누락된 데 대해 감사원을 겨냥하고 재검토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날 대수비에서도 박 대통령은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작업을 강도 높게 질책했으며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이를 공개했다. 하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축인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려던 구상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까지 기자들에게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규제개혁과 관련된 수석비서관들과 장관들을 매우 엄하게 꾸짖으셨다"며 "제가 이곳에 들어와서 공식석상에서 그렇게 강한 어조를 사용하신 걸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을 정도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지난 5개월 동안 최선을 다 했나? 우리한테 시간이 없다는 것을 오늘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된다"며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경제를 살려야 하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내년에 할 건가?, 내후년에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빨리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해야지, 왜 이번 달에 할 수 있는 걸 미루냐"며 "이번에도 2차 규제회의가 있으면, 그 때부터 가능한 빨리빨리 해야지, 중소기업들이 고생하는 걸 보려고 늦추는가?"라면서 규제개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점을 질책했다.
또 "규제장관회의에 나와서 이런이런 이유로 못했다고 변명을 하면 곤란하다"며 "'어렵지만 이렇게 해냈다' 이런 말을 하러 나와야지… 몇 개월 지난 다음에 이래서 못했다고 말하려고 하는가? 그런 일은 있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규제개혁 작업에서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무조정실도 있고 경제부총리제도 도입하기로 했고, 정 안되면 청와대 수석실에서도 나설 수 있는데 협업이 잘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며 "다 동원을 해서 해결을 해야지 (협업이 안된다는 것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서투른 무당이 장구만 나무라는 격'으로 이미 규제개혁을 위한 협업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다 마련돼 있는데도 칸막이 탓을 하는 공무원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규제개혁이야말로 돈 안들이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규제완화→투자확대→일자리창출→경제활성화'의 선순환 구조야말로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제살리기 구상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제개혁의 가시적인 성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자 복지부동에 빠진 공직사회를 깨우기 위해 회초리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이나 특별법 처리 등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규제개혁만 강조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이슈와 거리를 두고 경제에 집중하는 모습은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세월호 문제를 두고 극한까지 치달은 사회적 갈등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지도자로서의 일정한 책무를 져버린 행동이란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