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강타자 최형우(31)가 포수로 긴급 투입돼 제 몫을 해냈다.
최형우는 12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8회말 마스크를 쓰고 포수 자리에 앉았다.
최형우의 원래 포지션은 좌익수다. 그는 이날도 4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경기 도중 대타를 기용하면서 포수를 모두 써버렸다.
이날 삼성의 선발 포수는 이지영이었다. 삼성의 류중일(51) 감독은 팀이 0-6으로 끌려가다 2-7로 추격한 7회초 반격을 노리기 위해 선두타자 이지영 대신 발빠른 백상원을 대타로 내세웠다. 백상원이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 효과는 없었다.
이후 이흥련이 안방을 지켰다. 그러나 삼성이 8회 또 다시 추격 찬스를 잡자 류 감독은 이흥련 타순에서 대타를 내세웠다.
삼성은 8회 박석민의 볼넷과 이승엽의 인정 2루타로 1사 2,3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박해민의 투수 앞 땅볼 때 3루에 있던 최형우가 홈으로 파고들다가 아웃됐으나 여전히 2사 1,2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이흥련 타석이 돌아오자 류 감독은 한 방이 있는 김태완을 대타로 내세우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 역시 통하지는 않았다. 김태완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계속된 대타 기용으로 엔트리에 등록된 포수 자원을 모두 소진한 상황. 류 감독은 8회말 최형우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최형우가 포수로 나선 것은 지난해 8월23일 대구 두산전에서 지명타자로 나섰다가 8회 포수로 포지션을 바꿔 출전한 이후 293일만이다. 최형우는 지난해 11년만에 포수로 나섰었다.
류 감독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최형우와 박석민에게 틈틈히 포수 훈련을 시켜왔다. 이날 그것을 써먹은 것.
최형우는 백정현과 심창민을 잘 이끌면서 한 이닝을 포수로 잘 소화했다. 심창민은 최형우와 호흡을 맞추며 유한준, 김하성을 삼진으로 솎아내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후 류 감독은 "최형우는 포수로서 합격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최형우를 계속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