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통법' 제조사간 미묘한 입장차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휴대폰 제조사간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제조사들은 "단통법이 통과될 경우 휴대폰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지만 속내는 조금씩 다르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제조사에 따르면 미래부는 다음주 초 삼성전자와 단통법 수정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협상에 LG전자와 팬택은 참여하지 않는다.

단통법은 제조사로 하여금 단말기 판매량과 장려금 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 그동안 제조사들은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이동통신사에 장려금을 지원해 판매를 촉진해 왔는데 단통법이 시행될 경우 이러한 가격 정책이 먹히지 않게 된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똑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60만원에 사고 누구는 17만원에 구입하는 식의 가격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제조사 측에서는 △판매 장려금 등 영업비밀이 공개될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고 △결국 국내 휴대폰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등의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제조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단통법 반대에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해, 단통법이 시행될 경우 규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의 경우 국내 보다 해외 판매 비중이 더 높기 때문에 장려금 규모 등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장려금이 외국보다 높으면 해외 이통사에서 동일한 금액을 요구해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이 작은 LG전자는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는 "단통법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단통법 찬성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에 비해 장려금 지원 규모가 작은 LG전자로선 내심 '제품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내 최대 휴대폰 제조사이자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단통법을 적극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찬성 입장을 밝히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장려금을 쏟아 부을 여력이 되지 않는 팬택 입장에서도 가격이 아닌, 제품만으로 승부하는 게 어쩌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침체되고 있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 단통법 통과로 더욱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팬택 관계자는 "단통법이 통과되면 전체 휴대폰 시장의 파이가 줄 것이고, 팬택을 찾는 소비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팬택의 지분 10.3%를 소유한 대주주라는 점 때문에 팬택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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