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러시아에 되로 주고 말로 받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나사가 러시아와 협력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리자 러시아가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한 것.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처럼 모든 것을 정치화하는 믿을 수 없는 나라를 파트너로 맞아 중요한 첨단 기술 프로젝트를 함께 계속시켜 나간다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정말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이를 거듭 확인했다.
로고진 부총리는 "러시아는 2020년 이후에는 더 이상 ISS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ISS의 러시아 섹션(ROS)은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지만 미국 측(USOS)은 러시아의 지원 없이는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ISS 협력을 원하는 나사의 바램을 들어줄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취한 대러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그동안 미국에 제공해오던 러시아제 로켓 엔진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스위스, 일본, 캐나다, 브라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프로젝트다.
각국이 돌아가면서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유지·보수와 과학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2011년 예산 삭감으로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이후 우주인을 우주정거장에 실어 나르는 유일한 수단으로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이용하고 있다.
나사는 지난달 3일 직원들에게 러시아 연방우주청과의 이메일 교환과 화상 회의, 러시아 여행 등을 금지하는 등의 협력 중단 조치에 나섰지만 ISS 관련 사업은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미국은 2017년까지 우주인 ISS 왕복 여행에 1인당 7100만 달러를 러시아 측에 지불하기로 했으며,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미국 우주인 1명과 러시아 우주인 2명을 실은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된 바 있다.
로고진 부총리는 2020년 이후에는 러시아가 유인우주선 계획에 투입하고 있는 자금을 다른 우주 계획 분야로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계획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올 여름안에 구체적인 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미국에 군사 용도로 쓰지 않는 경우에만 자국산 로켓 엔진 수출을 지속할 것이라며 사실상 불가능한 단서를 달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산 MK-33, RD-180 로켓 엔진은 미국 로켓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특히 RD-180 엔진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미 첨단 군사위성을 쏘아 올리는 합직벤처인 UILA의 아틀라스 로켓에 사용된다.
아울러 러시아는 다음달부터 미국 위성항법시스템 GPS의 러시아 내 감시국 운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시국은 위성으로부터 받은 위치 정보 오차를 바로 잡아주는 위성항법보정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한 기지다.
지난 2012년 5월 러시아는 미국 내에 자국 위성항법시스템인 글로나스를 위한 8개의 감시국 설치를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과 국방부 등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러시아 감시국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