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데일리 강철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다시 올라섰다. 쌀값 급등에 달걀·육류 등 축산물, 외식물가까지 고공행진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채질했다.
석유류 상승 전환과 통신사 요금 감면 종료 등으로 공업제품과 공공서비스 물가까지 상승세를 부추겼다. 다만 대부분 기저효과와 원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미친 영향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향후 물가에 국제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체감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로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한 뒤 5월에는 1.9%로 떨어졌다.
6월(2.2%)과 7월(2.1%)에는 먹거리 가격 상승 영향으로 다시 2%대를 기록한 후 8월(1.7%)에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다시 2%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일부 휴대전화료 통신사 감면이 종료됨에 따라 공공서비스 전년동월비가 상승했고 그 요인으로 인해서 9월 물가는 2.1%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무(-42.1%), 당근(-49.6%), 배추(-24.6%) 등 채소류가 12.3% 큰 폭 하락했지만 축산물(5.4%)과 수산물(6.4%) 물가 강세에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특히 최근 쌀값 상승에 찹쌀 46.1%, 쌀 15.9% 등 물가 상승률이 컸고 고등어(10.7%) 등 축산물, 사과 (5.5%) 등 과실류의 가격 상승도 이어졌다.
달걀(9.2%), 돼지고기(6.3%), 국산쇠고기(4.8%) 등 축산물 물가 상승도 두드러졌다. 달걀 가격 상승폭은 2022년 1월(15.8%) 이후 3년 8개월 만에 최대 수치다.
이두원 심의관은 "농축수산물의 경우 농산물은 하락 전환, 전체 상승폭은 둔화했다"며 "과일이 이달 상승 전환했는데 채소와 반대로 2023년도 하반기에 과일 작황이 안 좋아서 상당히 높았고 1년 후 작황이 괜찮아져 기저로 하락했던 것이 다시 1년 뒤가 되면서 상승으로 전환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축산물은 달걀이 좀 다른 품목들보다 상승폭이 컸지만 전체적으로 축산물 상승폭은 1.7%포인트(p) 둔화됐다"고 전했다.
공업제품은 2.2% 전기·가스 수도는 0.3% 상승했다.
커피(15.6%), 빵(6.5%) 등 가공식품(4.2%) 물가상승이 두드러졌고 석유류도 2.3% 상승 전환했다. 경유는 4.6%, 휘발유는 2.0% 올랐다.
이 심의관은 "석유류 상승 전환의 경우 전달 대비 소폭의 국제유가 상승도 있었지만 전년도 기저 영향이 있다"며 "환율도 전년동월에 비해 상승한 효과도 있고 유류세 인하율 변화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상수도료는 3.2%, 도시가스비가 0.4%, 지역난방비가 0.3% 올랐다.
서비스 가격은 2.2% 올랐다. 월세 1.1%, 전세가 0.5% 올랐으며 공공서비스는 1.2% 상승했다.
공공서비스의 경우 최근 SKT 휴대전화료 감면이 종료되면서 상승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립대학교납입금(5.3%), 치과진료비(3.2%) 등이 올랐지만 유치원납입금(-16.5%), 보육시설이용료(-4.5%)는 감소했다.
개인서비스는 2.9% 상승이다. 특히 외식이 3.4%나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생선회 6.0%, 커피 5.0% 등이 외식물가를 끌어올렸다.
외식제외는 2.6%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6.3%)가 큰폭 상승했고 공동주택 관리비도 3.5% 올랐다. 다만 승용차임차료, 국내단체여행비는 각각 11.7%, 8.4% 하락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행이 물가를 자극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이 심의관은 "매월 전월비 0.2~0.5 내외 기조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전년비로 봤을 때는 배달료 인상, 세일 환원, 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상승한 것으로 보여 소비쿠폰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따른 물가 영향은 내년에 0.1%p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남이 2.4% 상승률을 기록해 가장 높았고 울산과 세종이 각각 2.3% 상승했다.
충남과 전북, 경북, 제주도 모두 2.2% 상승률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 대비 높았다.
이에 대해 이 심의관은 "세종은 전국에 비해 구내식당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보니 구내식당 가격상승 요인이 다른지역보다 크게 반영돼 크게 상승한 요인이 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다. 한국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2.4% 올랐다.
가계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식품 가격은 3.2% 상승해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식품 이외 품목은 2.1% 상승했다.
다만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하락했다. 신선채소가 12.3% 하락한 영향이 컸다. 반면 신선어개는 6.7%, 신선과실은 3.1% 각각 상승했다.
기재부는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체감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특히 농축수산물·석유류 등 민생과 밀접한 주요 품목의 가격·수급 변동요인에 대해서는 신속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