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심 파문이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서울 SK의 경기에서 나온 오심 탓에 KBL은 해당 심판들에게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 경기 오심을 지켜본 일부 팬들은 '인기구단 밀어주기', '특정 팀·감독 길들이기' 등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명확한 근거 없는 의혹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총재의 경솔 발언, 오해 불러
한선교 KBL 총재는 과거 한 자리에서 "A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면 흥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발언을 했다.
사견이라는 전제를 깔았지만 수장의 발언치곤 경솔했다는 지적이 많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를 전해들은 구단 관계자들이 특정 팀이나 특정 선수를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한 관계자는 "공공연하게 떠도는 이야기다. (총재의 발언이)판정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상관없는 판정에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이런 기류에 A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했다. 떳떳하게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조차 주위의 눈치를 살피는 신세가 됐다.
한 총재는 지난 8월 필리핀 모처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회식 자리에서도 프로·아마 최강전을 염두에 두고 '고려대'를 원하는(?) 우승후보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져 구설에 올랐다.
'형들을 이기는 동생들의 이야기'가 과거 농구대잔치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흥행요소라는 판단에서였다. 화를 불렀다.
국가대표 윤호영(상무)은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에서 고려대에 패한 뒤 "이슈 만들어주는 대회도 아니고 선수들은 잘해보겠다고 열심히 뛰는데 판정이 이게 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승할 실력과 자격을 갖춘 승자 고려대 역시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과거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이 차기 시즌 타이틀스폰서를 맡았던 때에는 이를 둘러싼 밀어주기 의혹이 불거진 적도 많다.
▲감독·선수 길들이기 있나
심판이 권위를 내세워 경기를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과거부터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판정으로 감독이나 선수와 기싸움을 벌여 길들인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심판이 감독과 선수에게 막말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2월2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창원 LG의 경기 도중에 심판이 인삼공사 선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파문이 일었다. KBL이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증거불충분으로 사태를 진화했다.
1월10일 부산 KT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에서는 심판이 전창진 KT 감독의 항의에 지나치게 날선 반응을 보였다가 구설에 올랐다. KT는 "심판의 권위의식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며 KBL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에 벌금으로 950만원을 냈고 앞서 2011~2012시즌에는 300만원을 냈다. 불성실한 운영에 의한 벌금 500만원을 제외하고 항의와 인터뷰 발언 등의 이유로 KBL이 부과한 벌금이 750만원이다. 공교롭게 'KBL의 전창진 길들이기'설이 돌던 시기다.
지난 시즌 1월9일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경기에서는 문경은 SK 감독이 벤치에서 '스리 섹(3초룰에 대한 지적)'을 연호하다가 테크니컬 반칙을 받았다.
벤치에 있는 감독의 통상적인 모습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해당 심판은 감독 초년병에게 가차 없이 철퇴를 가했다. 아직도 문 감독은 코트에서 모 심판으로부터 반말을 듣는다.
이밖에 심판설명회를 요청했다가 심판부에 미운털이 박힐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10개 구단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보상판정도 큰 범주에서 오심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보상판정은 심판이 오심을 범할 경우, 판정으로 피해를 본 쪽에 유리한 휘슬을 불어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다.
20일 오심 파문 이후, SK는 다음 경기에서 불리한 판정을·오리온스는 유리한 판정을 받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던 것도 보상판정이 만연한 KBL 풍토에서 기인한다.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오리온스는 이번 오심 파문과 관련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이형진 오리온스 부단장은 "심판 판정과 관련한 논란을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재경기를 요청했던 것이다"며 "KBL의 구조와 규정을 보면 심판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프로농구 발전과 팬들을 위해서 KBL을 비롯한 10개 구단이 구체적이면서도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성이 보장될 때, 승자는 마음껏 기쁨을 만끽하고 패자도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다.
![[자료]웃으며 항의하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http://www.fdaily.co.kr/data/photos/20131148/art_138538239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