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역을 안하면 (류)현진이가 공을 안잡겠다고 겁을 주더라구요.”
‘몬스터’ 류현진(26)의 통역으로 잘 알려진 LA다저스의 마틴 김(34) 국제마케팅 매니저가 18일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영 프로페셔널과의 대화’에 초대됐다고 ‘글로벌웹진’ 뉴스로(www.newsroh.com)가 전했다.
인터넷 토크쇼 호스트인 케빈 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마틴 김은 류현진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흥미로운 스포츠마케팅의 세계를 들려주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사실 그는 마케팅전문가다. 워싱턴 DC의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국제비즈니스와 마케팅을 복수전공한 그는 졸업후 워싱턴의 광고회사에 근무하다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우연한 기회에 LA다저스 관계자들과 친분을 맺으면서 2년전 한국담당 마케팅 매니저로 채용됐다. 다저스구장을 찾는 한인팬들은 경기를 보면서 모국의 맥주를 음미할 수 있다. 마틴 김이 입사 직후 하이트 맥주의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덕분이다.
류현진이 데뷔한 올해는 초코파이와도 계약을 맺었다. 미국 팬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 차별화 전략을 한 덕분에 두 상품은 지난 시즌 다저스 구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목에 올랐다. 내년엔 빙과류인 메로나도 공급될 예정이어서 한국스낵의 점유율은 한층 치솟을 전망이다.
다저스의 류현진 영입은 마틴 김에게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사실 류현진이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데는 마틴 김의 친화력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구단측은 혹시라도 류현진이 계약조건이 마음에 안들더라도 마틴 김과의 친근한 관계덕분에 호감을 갖도록 전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사인이후 그는 말 그대로 류현진의 그림자가 되었다. 전담 통역을 맡으면서 마케팅 매니저의 역할도 수행하느라 6개월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류현진이 선전하는만큼 보람도 많았지만 너무 일에 치였고 마케팅에 전념하고 싶은 생각도 강했다. 그래서 시즌후에 통역을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세 차례나 표명했단다.
하지만 그가 류현진에게 통역이상의 존재라는 점을 잘 아는 구단은 끈질기게 설득에 들어갔고 마지막엔 단장까지 나서 “팀을 위해 계속 통역을 맡아달라”고 요청해 생각을 거둬들여야 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 이민한 부모님의 1남1녀중 둘째로 태어났다. 열 살 때 필라델피아로 이주해 그곳에서 중고교를 다녔다. “아르헨티나에서 살 때 한인사회의 문화수준이 아주 높았어요. 그덕분에 한국문화의 영향을 적잖게 받으며 자랐습니다.”
교사로 재직중인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에 그는 한국어와 스페인어,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대학 4학년때는 스페인 유학까지 다녀오는 등 스페인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그가 좋아하는 운동은 야구와 골프다. 그는 “여느 아이들처럼 야구는 자연스럽게 접했고 골프는 ‘비즈니스의 60%는 골프장에서 성사된다’는 아버지의 진반 농반 권유로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졸업후 LA로 옮긴 것은 온화한 날씨와 한인들과 히스패닉이 많은 점이 끌렸기 때문이다. 다저스와 인연을 맺기 전에는 CJ 엔터테인먼트에서도 한동안 일을 했다.
지난달 류현진과 함께 모국을 방문한 그는 여러개의 광고 섭외를 받는 등 류현진의 후광을 톡톡히 누렸다. 그는 “한 출판사와는 책을 내기로 계약을 맺었는데 현진이가 홍보를 해주겠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내년에도 그는 변함없이 류현진의 통역으로 한국팬들과 만나게 된다. 마틴 김이 아니면 공을 던지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올해 통역하면서 가장 곤란했던 상황이 현진이가 내년 시즌에 내가 통역하지 않으면 공을 안던지겠다고 하는 말을 구단에 전달하는 것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