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나서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뒤에는 빼어난 지도력을 가진 지도자가 있게 마련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국가대표 선수들도 훌륭한 지도자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피겨여왕' 김연아(24)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피겨 대모' 신혜숙(57)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김연아는 복귀를 결심하고 2012년 10월 신 코치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임했다. 당시 계약은 지난해 3월까지였으나 신 코치와 재계약해 소치까지 함께 가게 됐다.
1969~1981년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활약한 신 코치는 1979년 세계선수권대회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1980년 세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나섰다.
1984년 은퇴한 신 코치는 이후 30년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신 코치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선수를 세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오랜 시간 수많은 선수들을 길러냈다. 그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상아와 지도자로 활약 중인 지현정 코치, 곽민정 등을 가르쳤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김해진(17·과천고) 또한 신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김연아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부터 3년 동안 가르친 신 코치는 김연아가 트리플 5종 점프를 완성하도록 도운 인물이이다.
신 코치는 2002년 대한빙상경기연맹 최고 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김연아는 신 코치 뿐만 아니라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인 류종현(46) 코치에게도 지도를 받고 있다. 류 코치는 7세 때 처음 피겨를 시작한 김연아의 지도를 맡아 점프의 기초를 다져줬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 한층 기량이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케빈 크로켓(40·캐나다) 코치의 지도 덕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인 크로켓 코치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1995년(1000m)과 1997년(1500m) 세계기록을 작성한 경험이 있다.
크로켓 코치는 여자 단거리 강자 중 한 명인 왕베이싱(중국)의 기량을 급성장시키며 지도력을 과시했다.
지난 2012년 한국대표팀을 맡은 크로켓 코치는 이상화의 초반 100m 기록을 끌어올려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심어줘 그가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세우도록 이끌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윤재명(50)·최광복(40) 코치가 남녀 대표팀을 나눠서 지도한다.
쇼트트랙이 국내에 도입된 1980년 초 대표팀으로 활약한 '1세대 선수'인 윤 코치는 1995년 처음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그는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 코치로 참가했다.
서울시청 감독이기도 한 윤 코치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신다운(21)과 대표선발전 우승을 차지한 이한빈(26)을 길러내며 지도력을 뽐냈다.
최 코치는 좀처럼 웃지 않는 얼굴에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켜 '호랑이 코치'로 소문난 지도자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을 맡은 최 코치는 2012~2013시즌에는 남녀대표팀을 총괄하는 감독을 지냈다.
최 코치는 혹독한 훈련으로 심석희(17·세화여고), 박승희(22·화성시청), 김아랑(19·전주제일고) 등의 기량을 착실하게 끌어올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최강'의 칭호를 되찾도록 도왔다.
설상·썰매 쪽으로 눈을 돌리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초빙한 외국인 지도자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토비 도슨(36·한국명 김봉석) 코치는 이미 한국인들에게는 친숙한 인물이다.
부산 출신인 도슨 코치는 3세 때 부모를 잃어버린 후 미국 콜로라도의 한 스키강사 부부에게 입양됐다.
이후 미국 스키국가대표로 뽑힌 그는 월드컵 등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입지를 다졌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당시 메달을 딴 후 한국인 생부를 찾는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도슨 코치는 강원도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도슨 코치는 지난 2011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돼 한국 모굴스키의 '간판' 서정화(24·GKL), 최재우(20·한국체대)의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 루지가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전 종목 출전권을 따내도록 이끈 슈테펜 자르토르(42·독일) 코치도 눈길이 쏠리는 인물이다.
자르토르 코치는 세계루지선수권대회에서 개인 통산 5개의 메달(금 1개·은 3개·동 1개)을 목에 걸었다. 2004년 현역에서 물러난 자르토르 코치는 캐나다와 독일, 스위스 루지대표팀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지난해 대표팀에 합류한 자르토르 코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까지 대표팀을 지도한다.
자르토르 코치는 한국 루지대표팀에 썰매의 날 관리와 체계적인 훈련, 레이스 운영 등의 노하우를 전수해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도록 도왔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루지라는 종목을 처음 접했으나 혹독한 훈련과 자르토르 코치의 지도 속에 성장, 소치올림픽 전 종목 출전권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스키점프 대표팀을 이끄는 볼프강 하트만(55·독일) 감독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스웨덴 스키점프대표팀을 지도했고, 2012년 11월 한국대표팀을 맡았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인 올 4월까지 계약한 하트만 감독은 스키점프 대표팀이 자신들에게 꼭 맞는 스키와 경기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운 주인공이다.
하트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본'을 중시하도록 하면서 스키점프의 기본이 되는 인런 자세부터 바로잡았다.
하트만 감독의 지도를 받은 스키점프 대표팀은 4명이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2006년 토리노대회 이후 8년 만에 단체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