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계 연말인사로 '분위기 쇄신' 나선다

재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장기 경기침체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연일 몰아치는 '경제 민주화' 채찍이 임원들 목숨을 '임시직'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경영실적이 두드러지게 부진했다거나, 사업구조 개편을 실시했던 그룹들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총수 공백으로 방향타를 잡기 어려운 SK와 CJ, 한화 등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말 LG그룹 인사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그룹들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삼성 '사업구조개편' 후 인사 촉각…LG "승진잔치 없을듯"

재계 1위인 삼성은 다음달 초 사장단 인사를 하고 1주일 정도 지난 뒤에 임원 인사를 할 계획이다. 잇단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3세 승진 여부가 관심이다. 

최근 삼성은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하고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병하는 등 계열사 간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제일모직 패션이 에버랜드로 이관되면서 패션사업을 맡아온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 부사장은 3년 동안 부사장 직책을 유지한 데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승진이 늦었던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다른 계열사에 전파하는 차원에서 삼성 임직원들이 타 계열사로 상당수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삼성은 삼성전자의 핵심 임원들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전기에 각각 배치해 성공 노하우 전수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점쳐진다. 

LG는 올해 휴대폰 사업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대규모 '승진 잔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지는 않겠지만 젊은 임원을 깜짝 발탁해 조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인사는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으로 따라 이뤄지며, 누가 시장 선도를 위해 치열하게 도전했는지도 평가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대규모 '문책성 인사' 예상 

현대차그룹은 연말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회사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품질 경영'을 강조해온 현대차는 올해 품질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에서는 싼타페에 물이 새는 일명 '수(水)타페' 사건이 발생했고, 해외 시장에서는 리콜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지난달 말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컨슈머리포트의 신차 품질 신뢰도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지난해보다 4계단 하락한 21위, 6계단 내려간 16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11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경질하며 '수타페' 오명을 벗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권 사장과 함께 설계담당 김용칠 부사장, 전자기술센터장 김상기 전무의 사표도 함께 수리했다. 

다음달 인사에서도 연구개발(R&D)과 품질 부문에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부회장 등 고위급에 대한 인사도 있지 않겠느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납품비리' 대우조선·현대중공업도 '물갈이' 예상 

조선업계에서는 실적악화에 납품비리 문제까지 불거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인사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국감에서 납품비리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대우조선해양은 강도 높은 물갈이가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 '경영쇄신' 차원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60여명에게 일괄 사표를 받았다. 연말 인사에서 이들의 사표를 처리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현대중공업도 실적악화와 납품비리 문제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난 6월 울산 본사로 복귀한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부장의 승진 여부도 관심거리다.

철강업계에서는 단연 포스코의 인사가 '화두'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준양 회장의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임원인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올 3월 이미 한 차례 소폭 인사를 낸 만큼 신임 CEO 선임 이후에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5일 사의를 표명한 정준양 회장의 후임으로는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준식·박기홍 포스코 사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활동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진념 전 부총리,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 부회장은 포스코 상무이사를 지낸 적이 있어 현재 유력한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SK·한화 등 인사폭 크지 않을듯

SK그룹은 다음달 중순께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를 골자로 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운영된 첫 해인 만큼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앞서 SK그룹은 올해 2월 SK, SK해운, SK네트웍스, SK E&S 등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

GS그룹은 다음달 초 인사를 낼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최근 3년간 12월초께 인사를 단행해왔다. 일각에서는 해외사업 실적이 악화된 GS건설 임원 중심의 물갈이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CEO 교체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던 만큼 인사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그룹의 인사 시기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보통 연초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구체적인 인사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예년보다 늦은 4월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 이후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통상 12월 혹은 1월 초에 임원 임사를 진행했으나, 아직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진그룹의 경우 올해 초 조양호 회장 자녀 3남매가 대한항공의 부사장과 상무로 나란히 승진해 이번 인사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워크아웃중인 금호산업의 정상화에 인사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예정대로 12월 말께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유통가는 '조용~'

유통가는 인사철을 조용히 보낼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통상 11월 말에서 12월 초께 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인사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인사 대상자가 많지 않은 데다 지난 국감에서 불공정 거래 이슈로 몸살을 앓은 터라 떠들썩한 승진 잔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과 CJ그룹은 연말 인사가 없다. 롯데는 본래 2월 초께 임원급 인사를, 4월께 내부 부장급 인사를 단행한다. CJ그룹은 이미 지난 달 30일 임원 정기 인사를 실시해 연말 인사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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