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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홍명보, 유럽파 선수들 점검 나서.. 귀국후 공식 기자회견 예정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 오전 7시(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헙 센터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0-2 패)을 끝으로 20일간 이어져온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을 마쳤다. 브라질 이구아수에서 약 1주일 간 현지 적응훈련을 진행한 대표팀은 이후 미국으로 이동해 전술훈련 및 세 차례의 평가전을 소화했다. 코스타리카(1-0 승)·멕시코(0-4 패)·미국과 차례로 맞붙었고 1승2패의 성적을 거뒀다. 대표팀은 오는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곧장 떠난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방문한다. 최근 팀을 옮긴 구자철(25·마인츠)·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거들과 면담을 갖는다. 또 박지성(33·PSV에인트호벤)을 직접 만나 최근 일었던 그의 복귀 논란을 확실히 매듭짓는다. 홍 감독의 정확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귀국 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울산현대(4명·중국 광저우)와 포항스틸러스(2명·터키) 소속 선수들은 한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속팀 전지훈련지로 이동한다. 이번 전지훈련은 유럽파를 제외한 국내파 위주로 꾸려졌다. K리그(한국)와 J리그(일본) 선수들에게는 브라질행 비행기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홍 감독은 고강도의 전지훈련과 세 차례의 평가전을 거치며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다. 또 이 기간 동안 대표팀을 흔들 수 있는 불안 요인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홍명보호에 지난 20일은 소중한 경험이 됐다.

▲미리 체험한 '브라질 강행군'

대표팀은 지난 13일 한국을 떠난 뒤 20일 동안 브라질 이구아수~미국 로스앤젤레스~샌안토니오~로스앤젤레스를 오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그 사이 평가전만 세 차례 펼쳤다. 온탕과 냉탕도 오갔다. 브라질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대표팀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온화한 기후에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을 치렀다. 이후 오후에는 영하까지 온도가 내려가는 샌안토니오에서 멕시코와 격돌했고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 미국과 겨뤘다. 부상 위험을 무릅쓰며 혹독한 전지훈련을 소화한 이유가 있다. 대표팀은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 장거리 이동 및 극심한 환경 변화와 맞서 싸워야 한다. 러시아·알제리·벨기에와 함께 본선 조별리그 H조에 포함된 한국은 브라질의 쿠이아바~포르투 알레그리~상파울루로 이어지는 일정을 견뎌내야 한다. 거리만 2500㎞ 이상이다. 각 지역마다 기후도 다르다. 평가전에서 2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홍 감독은 처음부터 결과보다 그 과정에 더 무게를 뒀다. 홍 감독은 "항상 완벽한 상태에서 경기를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리 어려운 상황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것이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 중 하나다. 선수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평가전 결과는 아쉽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이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브라질에서 맞게 될 최악의 상황들을 미리 경험했다. 일찌감치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결국 떨쳐내지 못한 '유럽파 대세론'

홍 감독은 이번 전지훈련 대표팀에 K리거 20명과 J리거 3명을 소집했다. 정규리그를 소화하고 있는 유럽파 선수들은 제외했다. 주전급에 해당하는 유럽파와 함께 월드컵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랜B’ 선수를 가려내기 위한 홍 감독의 복안이었다. 결과적으로 국내파 실험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베테랑인 염기훈(31·수원)·이호(30·상주)·이지남(29·대구) 그리고 A매치 경험이 없는 김태환(25·성남)·김대호(26·포항)·박진포(27·성남) 등을 깜짝 발탁하며 대표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려고 했지만 이들 모두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베테랑들의 몸놀림은 둔했고 신예들의 경기력은 불안했다. 멕시코전에 출전했던 김태환과 박진포는 "이렇게 관중이 많은 곳에서 경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큰 함성 소리로 인해 나중에는 선수들끼리 의사소통도 잘 안됐다. 이번 A매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자신들의 경험 부족을 인정했다. 국내파들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드러내며 자연스레 '유럽파 대세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실상 현재 대표팀의 주전 자리는 대부분 유럽파가 꿰차고 있다. 그들이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을 때 국내파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했지만 멕시코전과 미국전 완패는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국내파와 유럽파의 실력 차이만 재확인시켰다. 홍 감독은 "이번 평가전 결과에 대한 비난은 감독인 내 몫이다. 선수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줬다"고 책임을 떠안으려고 했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홍 감독은 다음달 5일 열리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현재 실력이 가장 뛰어난 최고의 멤버들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지훈련 멤버들의 성적표는 다음 그리스전 대표팀 명단이 발표될 때 확인할 수 있다. 국내파의 생존 여부가 관심사다.

▲2% 부족했던 김신욱의 입지 다지기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26·울산)은 이번 세 차례의 평가전에서 모두 선발로 출격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러시아전(1-2 패)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홍 감독의 마음을 샀고 현재 대표팀 내 국내파 가운데는 가장 확실한 신뢰를 얻고 있다. 김신욱은 첫 번째 평가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 전반 9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새해 첫 승을 이끌었다. 유럽파 공격수들과의 주전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호' 멕시코·미국과의 대결에서는 침묵했다. 이근호(29·상주)와 호흡을 맞춰 상대 골문을 노렸지만 소득이 없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에는 김신욱의 머리에 의존하는 소위 '뻥축구'가 재현되며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196㎝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신욱은 분명히 위력적인 공격수다. 한국과의 평가전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50) 미국대표팀 감독은 "한국은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당히 날카로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9번(김신욱)의 존재감이 돋보였다"고 김신욱을 칭찬했다. 최전방 주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박주영(29)은 지난 1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이적했고 지동원도 아우크스부르크로 팀을 옮긴 뒤 이미 골맛을 봤다. 김신욱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 최고들이 모이는 월드컵에 나가려면 지금보다 더 인상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끝나지 않은 수문장 전쟁

김승규(24·울산)와 정성룡(29·수원)이 쫓고쫓기는 추격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정성룡은 '붙박이 수문장' 타이틀을 반납하며 김승규와 동일선상에 섰다. 김승규는 동물적인 감각을 앞세워 선배 정성룡을 추월했다. 코스타리카·멕시코전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주전 골키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멕시코전에서 4실점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정성룡에게 기회가 왔다. 홍 감독은 미국전에 정성룡을 투입하며 베테랑의 경험에 기대를 걸었다. 정성룡도 부진했다. 2골을 내주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월드컵에 함께 갈 주전 골키퍼를 고르려고 했던 홍 감독은 오히려 이번 평가전으로 인해 최종 선택을 뒤로 미루게 됐다. 각 포지션별 주전 경쟁 승자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수문장 자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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