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의 이적은 본인과 대표팀 모두에게 잘 된 일이다."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은 1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의 왓포드FC로 이적한 박주영의 결정을 크게 반긴다는 뜻을 전했다.
왓포드는같은 날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박주영의 임대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박주영은 이번 2013~2014시즌이 끝날 때까지 왓포드에서 활약하게 됐다.
박주영의 이적 결정으로 인해 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 주전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의 간판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렸던 박주영은 지난 2011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아스날에 입단 한 뒤부터 내리막길을 걸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대표팀에서도 제외됐다.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충분한 출전시간을 부여받고 실전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대표팀 발탁의 기본 원칙으로 고수해 왔다. 지금까지의 박주영은자격 미달이었다.
김신욱(26·울산)·지동원(23·아우크스부르크) 등에 밀려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는 듯 했던 박주영은 겨울 이적 시장 마감 직전 극적으로 새 둥지를 찾으며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홍 감독은 박주영의 이적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베테랑 공격 옵션'이 추가된 셈이다.
홍 감독은 "일단 박주영 본인에게 매우 잘 된 일이다. 부상도 아닌데 훈련만 하고 계속 경기에 나서질 못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속이 상했겠는가"라며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본인이 가장 기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박주영이 경기에 출전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대표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이적은 박주영 본인과 대표팀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국제대회 경험을 지니고 있는 박주영이다. 특히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당시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홍 감독과 함께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 획득이라는 신화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경력을 지니고 있는 박주영이지만, 홍 감독은 그의 이적 결정 자체가 대표팀으로의 복귀를 보장하진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활약'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 새로운 팀을 찾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는 이제야 다른 선수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뿐이다"며 "단순히 팀을 옮기고 경기에 나선다고 해서 아무 선수나 대표팀에 뽑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하고 대표팀에서도 선발로 뛸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박주영은 이제 겨우 다른 선수들과 같은 위치에 섰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박주영은 1부 리그가 아닌 2부 리그 소속 왓포트를 택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 감독은 "2부 리그 팀으로 이적하긴 했지만 챔피언십은 생각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리그다. 지난해 이청용을 보기 위해 챔피언십 볼턴의 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2부 리그 임에도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꼈다"며 "1부 리그 팀에서 들쑥날쑥하게 경기에 나서는 것보단 오히려 2부 리그 팀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는 것이 더 낫다. 다른 나라로의 이적이 아닌 비교적 적응이 편한 잉글랜드에 계속 머물게 됐다는 점도 반갑다"고 밝혔다.
박주영 이름 석 자는 '계륵'이었다. 대표팀에 발탁하기엔 자격이 부족했고 그냥 포기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베스트 멤버를 꾸려야하는 홍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들고 고심을 거듭해왔다. 불편한 존재였다.
홍 감독은 "지난해 제가 잉글랜드에 가서 박주영을 직접 만난 이후로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 당시 박주영이 2013년까지는 아스날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만약 실패할 경우 2014년에는 이적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며 "박주영과 대표팀 모두에게 그의 이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었다. 만약 그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주영이 이적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박주영이 나와 한 약속을 지켰다. 나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된 박주영을 향해 홍 감독은 "오랜 시간 벤치 신세를 지며 서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도전을 하게 됐다. 이제는 경기장 안에서 그동안 쌓여 있었던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풀길 바란다. 능력 있는 선수인만큼 잘 해내리라 믿는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