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2014년 첫 A매치를 치렀다. 승리는 챙겼지만 수비와 공격의 명암이 엇갈린 경기였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LA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새해 첫 A매치에서 산뜻한 출발을 알린 점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멕시코(30일)·미국(2월 2일)과의 평가전이 계속 이어지는 만큼 선수들의 사기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됐다.
홍 감독은 취임 후 '탄탄한 수비력'을 대표팀이 갖춰야 할 최우선 요건으로 꼽았다. 최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강한 압박, 공격과 수비 간의 촘촘한 간격 유지를 통해 짜임새 있는 축구를 구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브라질·미국 전지훈련에서도 홍 감독의 수비력 다지기는 계속됐다. 미니게임을 통해 공·수 간의 커버링에 대해 설명했고 불안요소로 지적돼 온 세트피스 수비 훈련에도 공을 들였다.
그간의 노력은 경기력으로 증명됐다. 홍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에서 김진수(22·알비렉스 니가타)·이용(28·울산)·강민수(28·울산)·김기희(25·전북)에게 포백 수비를 맡겼다.
국내파 위주로 대표팀이 꾸려지며 포백 라인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이날 경기에 나선 수비진은 만점 활약을 펼쳤다.
수비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코스타리카 공격진은 한국의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득점 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힘겹게 선발 기회를 잡은 골키퍼 김승규(24·울산)의 손이 민망해질 정도였다.
측면 수비수들은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김진수와 이용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의 빈 공간을 공략했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수차례 공급했다.
홍 감독은 "코스타리카전을 대비해 수비 준비를 많이 했는데 오늘 그 부분이 잘 됐다. 수비수들이 상대의 빠른 공격을 적절하게 끊어냈다"고 말했다.
김승규 역시 "오늘 제가 공을 잡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만큼 수비들이 앞에서 잘해줬다"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공을 수비수들에게 돌렸다.
공격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 문제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국내파 최고의 골잡이인 김신욱(26·울산)과 이근호(29·상주)가 최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란히 선발 출격했다.
출발은 좋았다. 전반 10분 오른쪽 측면에서 고요한(26·서울)이 내준 패스를 김신욱이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축제 분위기는 거기까지였다. 대표팀은 이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고도 추가골 사냥에 실패했다.
상대 문전에서의 세밀함이 크게 떨어졌고 후반으로 갈수록 공격 패턴도 단조로워졌다. 특히 후반에 코스타리카 수비수 2명이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 득점포가 침묵하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시즌이 끝난 뒤 오랜만에 실전 무대에 나선 국내파 선수들인 만큼 아직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수적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점은 국내파 공격수들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유럽파 대세론'을 불러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홍 감독은 "오늘 득점 찬스를 잘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쉽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선수들의 컨디션이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격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김신욱은 "우리는 이번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했다. 한 골 밖에 넣지 못한 것은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근호 역시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준비를 잘해서 다음 경기 때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3연속 평가전의 1교시가 끝났다. 첫 번째 과목에서 합격점을 받은 수비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낙제점을 받은 공격은 반전을 꾀해야 한다. 안심하거나 실망할 단계가 아니다. 아직 갈 길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