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의 헤딩골과 함께 화려하게 독일 분데스리가에 복귀한 지동원(23)에 대해 현지 축구계도 열광하고 있다.
2013~2014시즌 후반기 시작을 앞둔 지난 1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의 선더랜드에서 분데스리가의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지동원은 25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분데스리가 18라운드에 후반 교체 출전했다.
지동원은 팀이 1-2로 뒤지던 후반 25분에 그라운드에 나서 불과 2분 만인 27분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미드필더 안드레 한(24)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쇄도하면서 헤딩슛으로 골 문 안에 꽂아 넣었다.
정말 드라마틱한 골이었다. 복귀전에서, 그것도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넣은 골이었다. 승점 1이 정말 아쉬운 9위팀 아우크스부르크에는 천금 같은 동점골이었고, 1위 바이에른 뮌헨을 추격하지 위해 승점 3이 절실한 3위 도르트문트에는 통한의 골이었다. 공교롭게도 도르트문트는 지동원이 2014~2015시즌 이적이 확정된 팀이다. 그런 팀의 안마당에서 8만 여 팬들에게 제대로 인사를 한 셈이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아우크스부르크 마르쿠스 바인지를(40) 감독과 씁쓸한 표정을 짓는 도르트문트 위르겐 클롭(47) 감독의 대조적인 행동과 표정이 이날 지동원의 위상을 대변한다.
지동원 스스로도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 등 분데스리가 구단들의 러브콜을 뒤로 한 채 복귀한 선더랜드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했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쾌거였다. 2012~2013시즌 막바지였던 지난해 5월18일 아우크르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그루이터퓌르트전에서 소속팀의 1부리그 잔류를 사실상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려 3-1 승리를 견인한 이후 무려 8개월 만의 골이다.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 EPL에서 부진한 지동원을 비아냥 거릴 때 사용되던 '참치'라는 별명이 '해동참치'로 업그레이드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종료 후 지동원의 골 장면을 메인화면에 올리면서 "지(Ji)가 도르트문트를 좌절시켰다"고 적었다. '경기 최우수선수(Spieler des Spiels)'로 선정했음은 물론이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지동원에게 양팀을 통틀어 최고 평점인 2점을 부여했다. 이 매체는 평점 1∼5점을 매기는데 낮을수록 좋은 평가에 해당한다. 지동원의 골을 돕고, 이보다 앞서 0-1로 뒤진 상황에서 1-1로 따라잡는 상대의 자책골을 유도한 한만 같은 평점을 받았다.
도르트문트는 지동원의 한 방에 승점 숫자가 바뀌어 버린 것에 아쉬워하기는 했으나 6개월 뒤 소속 공격수가 될 지동원의 활약에는 대만족을 나타냈다.
도르트문트는 경기 리포트에서 지동원의 동점골을 두고 "다가오는 여름에 우리 팀에 합류할 지동원이 2-2 동점 헤딩골을 기록했다"고 적어 지동원에 대한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경기 사진 코너에 올린 5장의 사진 중 크롭 감독의 독사진 3장을 제외한 나머지 2장이 지동원이 부각된 사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오는 2월1일 오후 11시30분 홈에서 SV 베르더 브레멘과 분데스리가 19라운드를 치른다. 이날 선발 출전이 유력한 지동원이 홈 팬들 앞에서도 복귀 자축포를 작렬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