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선수'로 유명한 이채원(33·경기도체육회)이 네 번째 동계올림픽을 준비한다. 14살에 시작된 그의 스키 인생은 20여 년째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채원은 10년 넘게 대표팀을 든든히 지켜온 버팀목 같은 존재다. 그가 지나온 길이 곧 한국 여자 크로스컨트리의 길이 됐다.
관동대학교 1학년 시절 단순히 스키가 좋아 문을 두드렸던 스키부가 크로스컨트리를 하는 곳이었다. 시작은 우연이었지만 곧 필연이 됐다.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픈 순간도 여러 번 찾아왔지만 악바리 같은 성격으로 버틴 것이 지금의 '크로스컨트리 여왕'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1996년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중학부 프리스타일에서 첫 출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7차례 동계체전에서 무려 51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국내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채원은 나갔다 하면 3~4관왕은 기본으로 차지했다. 지난해 동계체전에서는 클래식 5㎞·프리 10㎞·복합 경기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채원이 제 아무리 국내 최강자라 하더라도 세계의 벽 앞에서는 한 없이 작은 선수에 불과했다.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모이는 국제대회에서의 성적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설원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는 강한 체력을 앞세운 유럽 국가들이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채원은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여자 10㎞ 클래식에서 54위를 기록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는 여자 10㎞ 클래식 62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여자 10㎞ 프리스타일 54위에 각각 그쳤다.
국제 대회 첫 메달은 지난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거둔 금메달이었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거둔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첫 금메달이자 이채원의 첫 메달이었다.
이채원은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평생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결혼 2년 만인 2012년 예쁜 딸을 얻었지만 임신 9개월 때까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운동을 계속한 일화는 유명하다.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를 받은 그는 출산 후 3개월 만에 다시 눈밭에 섰고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아 소치올림픽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30위권 진입이 목표다.
꾸준한 몸관리로 근력과 지구력·심폐지구력이 더 좋아졌다는 그는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은 물론 2018년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까지 꿈꾸고 있다.
"꼭 1위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남부럽지 않은 엄마,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엄마 선수' 이채원의 도전 정신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채원 프로필
▲생년월일·출신지 = 1981년 4월7일·부산
▲신체 = 154㎝ 45㎏
▲출신교 = 관동대
▲소속 = 경기도체육회
▲국제대회 주요 성적
-2014년 1월 극동아시아컵 SP 1.4㎞ 2위
-2013년 12월 극동아시아컵 10㎞ 2위
-2013년 12월 FIS 레이스 5㎞ 9위
-2013년 8월 호주 대륙간컵 10㎞ 5위
-2013년 일본 삿포로 대륙컵 5㎞ 프리 2위
-2012년 평창 대륙컵 10㎞ 프리 2위
-2011년 알마티 아시안게임 10㎞ 프리 1위
-2011년 세계선수권 15㎞ 스키애슬론 47위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10㎞ 프리 54위·15km 추월 59위
-2010년 일본 오또이네프 대륙컵 5㎞ 프리 3위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5㎞ 추월 57위·30㎞ 프리 기권·스프린트 예선탈락(64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10㎞ 클래식 54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