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간 '수문장' 정성룡(29·수원)은 24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전 골키퍼 탈환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팀 붙박이 골키퍼 정성룡은 위기의 남자가 됐다.
홍명보(45) 감독이 대표팀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후 전 포지션에 걸친 주전경쟁이 시작됐고 '철옹성' 같았던 정성룡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국가대표에 입성한 김승규(25·울산)가 정성룡의 라이벌로 떠올랐다.
홍 감독은 지난해 펼친 총 10차례의 평가전에서 정성룡과 김승규를 번갈아 투입하며 저울질했다. 정성룡의 '안정감'과 김승규의 '동물적인 감각'이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선배 정성룡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정성룡은 지난해 11월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범해 1-2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시 상대 로만 쉬로코프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낮고 빠른 땅볼 크로스를 정성룡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뒤쪽에서 쇄도하던 피오도르 스몰로프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정성룡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백업 멤버 정도로 여겨졌던 김승규는 정성룡의 대체자로 급부상했다.
정성룡이 할 수 있는 일은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에 몰두하는 것뿐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성기가 지났다는 주변의 평가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결국 '노력' 밖에 방법이 없었다.
정성룡은 "골키퍼들의 경우 특히 더 강한 수준의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며 "운동이 끝난 뒤 20~30분 가량 보충 운동을 하고 있다. 또 오전운동이 없는 날에도 골키퍼들은 평소와 똑같이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브라질에서 정말 입에 단내가 나도록 열심히 했다"며 "일단 체력 위주의 훈련은 마쳤다.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는 경기에 대비한 전술과 세트피스 훈련을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A매치 출전 57회에 빛나는 정성룡은 최근 몇 년 동안 대표팀의 골문을 든든히 지켜왔다. 국내파는 물론 유럽파들과도 수 차례 호흡을 맞춰온 만큼 선수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위치다.
국내파와 유럽파의 기량 차이를 묻는 질문에 정성룡은 "슈팅 강도나 기술적인 부분은 공을 막아보면 안다. 국내파와 유럽파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며 "유럽파 선수들이 훌륭하지만 국내파 역시 그에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 대표팀의 수준에 대해 "아직 팀이 100%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브라질 전지훈련 등을 통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코칭스태프의 도움 덕분에 기량이 올라가고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