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해철씨 위장관유착박리 수술 등을 집도했다가 사망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전 S병원 원장 강모(45)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에서 아내 윤원희씨와 강씨가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하현국) 심리로 열린 강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 3차 공판에서 검찰 측 요구로 증인석에 선 윤씨는 "남편이 지난해 10월17일 수술을 받고 깨어난 후 계속해서 가슴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지만 수술 후 겪는 일반적인 과정이라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수술 후 마취에서 깬 남편이 화내면서 위를 접어 수술한 것을 풀겠다며 합의하지 않은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윤씨는 수술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강씨가 설명하며 수술동의서에 그렸다는 그림도 신씨가 보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저 그림을 봤다면 남편이 마취에서 깬 후 그렇게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그림을 그려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윤씨는 "이후 남편이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고 19일 새벽 심장이 아프다고 했다. 강씨에게 이를 말했지만, 회복 과정의 일반적인 통증이니 퇴원해도 된다고 해서 19일에 퇴원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19일 퇴원하기 전 윤씨는 강씨에게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여러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들었지만 흉부 엑스레이 사진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윤씨에 따르면 신씨는 19일 오후 퇴원해 미음을 거의 먹지 못하고 침대에 앉아 3시간 가량 잤다. 퇴원 이후 3시간 정도가 지난 뒤 신씨의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 윤씨는 S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강씨와 통화하지 못하고 간호사와 통화했다는 윤씨는 "간호사가 수술 이후 3~4일 동안 열이 있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니 괜찮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통증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20일 새벽 신씨는 다시 매니저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20~23일 중국으로 출장을 갔던 윤씨는 신씨와 매니저로부터 "회복 과정이며 처방해준 약을 먹으면 된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환자가 의사의 조언을 따르지 않고 음주 등을 했다고 강씨는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강씨의 변호인이 신씨가 술을 평소 즐겼냐고 질문했지만 윤씨는 "술이 약해 자주 먹지 않았다. 나와 와인을 먹을 때 한 잔을 먹어도 힘들어했다"고 답했다.
강씨는 윤씨의 주장에 대해 "19일 오전에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여러 자료를 보여주면서 '아직 비정상적 가스가 남아있어 잘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해줬다. 하지만 신씨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아마 퇴원해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오전 중에 퇴원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퇴원을 원해서 물을 마셔보고 괜찮으면 퇴원하자고 해 지난해 10월19일 오후 1시가 넘어 퇴원한 것"이라고 윤씨와 대립각을 세웠다.
강씨는 퇴원 이전에 윤씨와 신씨에게 보여준 자료에 흉부 엑스레이 사진이 있었으며 신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지난해 10월20일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재입원을 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신씨의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랐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하 판사의 질문에 강씨는 "다음날 아침에 받았다"며 "직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강씨는 하 판사가 "체온이 38도가 넘었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하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병원에 와야했다"고 했다. 하 판사가 "문제가 있는데 간호사가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자 강씨는 "체온이 38.7도였고, 이것이 정확하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고 수긍했다.
증언하는 과정에서 신씨의 퇴원 이후의 모습을 설명하다 눈물을 쏟았던 윤씨는 재판 말미에 "남편은 집안의 기둥이었고 어린 아이의 아빠였다. '배가 아프다'는 말로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남편이 떠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신씨는 지난해 10월17일 강씨에게 수술을 받은 뒤 며칠 동안 가슴 통증과 고열에 시달리다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다른 병원에 이송됐지만 나흘 만인 10월27일 숨졌다.
강씨는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비밀누설죄 및 의료법위반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한편 강씨에 대한 4차 공판은 내년 1월20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