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미니앨범 '괴물'을 냈다. 화제의 드라마 JTBC '송곳'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고, '총각네 야채가게'로 뮤지컬 배우로도 영역을 넓혔다.
승승장구라고 할 만한 상황에서도 가수 박시환(28)을 둘러싼 분위기는 마냥 밝고 희망적이지 만은 않다. '슈퍼스타K 5'에서 공개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의 사연, 화려하게 데뷔한 뒤 왜인지 썩 잘 풀리지 않았던 시간을 알아서가 아니다.
그는 "팬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게 목표"라고 하면서도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르니 (왕성하게 활동한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라"며 꾸준히 만족과는 선을 그었다. 긴 시간에 걸쳐 그의 마음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듯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불안을 동력으로 앞으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소속사가 있다가, 없다가 했고요. 처음에는 노래도 천천히 나왔죠. 걱정을 많이 하더라고요. 못 참고 저를 떠나는 분도 있었고요. 저도 좀 애매한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더 다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좀 오래 걸리더라도 걱정을 안 할 것 같아서요."
그의 두 번째 미니앨범 '괴물'은 그렇게 스스로를 더 다진 결과물이다. 박시환의 말을 빌리자면, 욕심을 부렸다. 이전까지 보여 준 달달하고 밝은 사랑 노래와는 정반대다. 급격하게 어두워졌고, 내면을 파고드는 음악이 됐다. 좋아하는 멜로디, 좋아하는 가사, 좋아하는 분위기를 꾹꾹 눌러 담은 결과다.
"무게감 있는 사운드에 어울리게 전보다 강한 보컬을 시도했어요. 타이틀곡 '괴물'은 연주 버전만 들어도 좋아요. 사실은 좀 더 딥(deep)한 걸 좋아해요. 이번에는 어느 정도 중재한 결과고요. 앨범을 계속 내는 게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과 제가 좋아하는 음악 사이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하면서 맞춰 나가고 싶어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괴물'은 힘든 일이나 시련, 역경이 있을 때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를 괴물이라는 단어로 나타낸 웅장한 정통 발라드다. 숨죽이며 듣게 되는 피아니스트 최태완과의 컬래버레이션에 이어 후반부로 갈수록 몰아치는 로킹 밴드 사운드로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
"공감해 줬으면 좋겠고요. 위로를 하고 싶어요. 울고 나면 후련해지잖아요. 슬픈 감정을 더 극대화해서 해소할 수 있게. 그래서 고맙다는 얘기도 듣고 싶고요. 사실 전보다는 덜 힘든 게, 지금은 노래하면서 제스처나 표정 같은 걸 안 해도 돼서."
드라마 '송곳'을 마친 박시환은 바로 이어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막내 '철진'으로 무대에 선다. 음반 활동까지 쉴 틈 없는 스케줄이지만 "호기심 정도만 있었다"던 연기에도 "더 하고 싶다"는 흥미를 느끼는 과정에 있다.
"이런 말 하기는 쑥스럽지만 캐릭터에 좀 빠지는 편인 것 같아요. '송곳'의 '동협'을 연기하면서 좀 우울했거든요. 덕분에 노래는 잘 했지만. 뮤지컬의 '철진'이가 의욕적이고 꿈을 믿고 달려가는 인물이어서 저도 기분이 좋아지고 많이 밝아졌어요."
드라마 촬영, 뮤지컬 연습, 앨범 녹음이 모두 겹치는 극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바쁘게 보내고 싶었다"는 올해의 목표는 달성했다.
"그 불안감이요. 가족이나 친구들, 팬들을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고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일도 빠듯하게 잡아 달라고 말씀 드렸고요. 팬들이 공연이나 음악방송 현장에도 많이 와 주고, SNS 하나 올려도 되게 좋아하세요. 앞으로도 최대한 활동 많이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