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10월 개봉작 중 최단기간인 6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마션’(감독 리들리 스콧)이 개봉 2주째에도 독주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션’은 47.4%로 예매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이 12.7%로 2위, 한국 영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가 6.8%로 3위다.
이번 주에는 막강한 신작이 없어 아직까지는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와 동일하다. 신작 중에서는 ‘트랜스포터: 리퓰드’(감독 카밀 들라마레)가 3.1%로 4위에 올랐다.
오히려 다음 주가 기대된다. 22일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감독 노덕)가 벌써 예매율 5위에 진입해 있다. 같은 날 개봉하는 ‘더 폰’(감독 김봉주)이 6위로 뒤를 따르고 있다.
다음은 10월 3주차 주요 상영작들에 대한 짦은 평이다.
◇엄지 척!…'마션'(감독 리들리 스콧)
'인터스텔라'처럼 원대한 꿈도, '그래비티'와 같은 인간에 관한 탐구도 없다. '마션'은 '마션'이다. 화성에 혼자 남겨져 그곳에서 2년을 홀로 살아낸 한 인간과 그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마션'을 관통하는 건 긍정과 유머다. 이 재기발랄함이 묘한 페이소스를 자아내는 작품이 '마션'이다. 어찌됐든 너무나도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다. 142분의 러닝타임에는 지루한 부분이 없다. 클리셰가 없지 않지만, 그 상투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니 통속의 힘이 느껴진다. 주저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글쎄…'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
'성난 변호사'를 두고 재미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이야기에 변곡점이 많고, 그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편집이 빠르고, 플롯의 기본을 갖췄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는 힘들다. 배우 이선균이 보여주는 캐릭터 조형술도 좋다. 하지만 '성난 변호사'에는 '허술함'이라는 매우 큰 단점이 있다. 법정물과 추리물이 합쳐진 이 작품에서 주가 되는 부분은 역시 추리. 그런데 이 추리를 가능하게 하는 사건들이 정교하게 조직되지 못해 허점이 군데군데 드러난다. 이것이 영화의 완성도다. 결국 '성난 변호사'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영화를 무작정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엄지 척!…'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감독 홍상수)
홍상수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건 바로 이런 작품을 연거푸 내놓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분명 홍상수 감독의 최고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아찔하게 뛰어나다. 누군가는 홍상수가 동어반복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그건 아마도 이 예술가의 작품에 대한 무지를 스스로 고백하는 일일 것이다. 홍상수는 변하고 있다. 그는 이제 반성과 교정(矯正)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애틋한 감정을 말한다. 또 그 감정의 촉매제가 자신에 대한 정직함 혹은 솔직함이 아니겠냐고 넌지시 묻는다.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하고 싶다면, 홍상수의 영화를 봐야 한다.
◇글쎄…'에베레스트'(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에베레스트'는 존 크라카우어의 논픽션 '희박한 공기 속으로'가 원작이다. 원작은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서스펜스 가득한 스릴러물처럼 그렸다. '에베레스트'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감독은 크라카우어와 다른 방향을 택했다.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재난영화의 틀에 담은 것. 그 결과는 좋지 않다. 코루마쿠르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캐릭터는 사라졌고, 서사는 엉성해졌다. 위안이라면 에베레스트의 위용이 느껴지는 촬영과 주인공 롭 홀을 연기한 제이슨 클락의 좋은 연기다.
◇즐겨요…'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
'인턴'의 단점을 찾아내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중심이 되는 한 축의 캐릭터가 무너져내렸으며, 너무 극적인 에피소드가 담겨 있어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이것 말고도 많다. 하지만 '인턴'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건 분명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노련함이다. 사랑스러운 앤 해서웨이와 품위있는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타율 높은 유머와 산뜻한 편집은 극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인턴'은 분명 판타지스러운 영화다. 하지만 그 판타지를 우리 모두가 꿈꾸기에 이 영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즐겨요…'사도'(감독 이준익)
'사도'는 연출적인 측면에서 분명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정교하게 쌓아올린 듯한 '인상'을 주지만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이야기의 허술함이 드러난다. 왕인 아버지가 왕이 될 아들을 작은 곡식상자(뒤주)에 가둬 말려 죽인 참혹한 사실의 배경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묘사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사도'는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단점을 상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연기다. 송강호,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그의 연기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이다. 유아인, 이제 그를 또래 배우에 국한해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할 이유가 있을까. 그는 뛰어나다.
◇글쎄…'메이즈 러너: 스코치 트라이얼'(감독 웨스 볼)
평범한 수준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다. 다만 이 영화가 가진 장점이라면 딜런 오브라이언, 토마스 생스터 그리고 이기홍(!) 등 젊은 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면,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다. 또 한 가지, 영화 완성도가 어찌 됐든 이 시리즈가 끝나는 모습을 봐야겠다는 관객 또한 말리지 않겠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봐야 할 좋은 영화는 너무나 많다.
◇즐겨요…'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감독 F 게리 그레이)
'스트레이트…'는 힙합이라는 음악이 가진 원초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려 스크린에 담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티셔츠, 검은색 바지를 입은 거친 래퍼, 가슴을 치는 듯한 강력한 비트, 그 위로 쏟아지는 묵직한 래핑, 열광하는 관객. 일단 보면 이 영화의 재미를 부정하기 힘들다. 다만 몰아치는 초중반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듯 한 후반부, 매우 상투적인 이야기 진행 방식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힙합오락영화다.
◇만세!…'침묵의 시선'(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
확신한다. 아마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중 '침묵의 시선' 만큼 강렬한 작품은 없을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 속 이미지, 대사, 정적, 벌레울음 소리 등 '침묵의 시선' 속 모든 것들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헤집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깊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것이다.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 정권은 그들의 통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했다. 자그마치 100만명. 아디의 형도 그때 죽었다. 가해자들은 그들의 살인을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생각하지만, 피해자들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디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살인자들을 찾아가 묻는다. "저희 형을 왜 죽였습니까." 다른 설명 필요 없다. 올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
◇엄지 척!…'베테랑'(감독 류승완)
말 그대로 유쾌한 영화다. 류승완 감독은 러닝타임을 흥겨운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마치 탄산이 들어있는 듯한 이 에너지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적절한 완급 조절의 연출력을 만나 스크린 밖으로 분출한다. 멘토스와 코카콜라랄까. 생각을 해야 하는 영화도 아니고, 감정을 소모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영화의 속도감에 몸을 맡기고 즐기면 된다. '베테랑'은 무엇보다 배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황정민, 유아인, 유해진, 오달수 등 출연 배우 모두가 역할에 맡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