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은인' 거스 히딩크(68)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종이학 7만5000마리가 전달된다.
허정무거스히딩크축구재단(이사장 허정무)은 한국 축구 발전에 끼친 히딩크 감독의 공헌에 대한 감사와 국내에서 무릎 수술을 받은 히딩크 감독의 쾌유를 비는 의미로 국민적 정성이 담긴 종이학 7만5000마리를 선물하고 싶다는 가수 겸 생명운동가 이광필(52)씨의 제안을 받고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종이학들은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이씨의 주도로 각계각층 국민들이 동참해 펼친 '종이학 7만5000마리 접기 국민운동'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씨는 지난 2000년 6월 열린 김대중(1926~20009)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1942~2011) 국방위원장의 남북 첫 정상회담을 계기로 월드컵 성공 개최와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남북한 7500만 겨레가 함께 기원하고, 이를 계기로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는 마음으로 종이학 접기 운동에 나섰다.
그 결과 2012년6월까지 2년 만에 7만5000마리를 모았다. 성별·세대·빈부·지역·종교를 떠나 7만5000명이 정성껏 종이학 한 마리씩을 접어 이씨에게 전했다. 인기 연예인과 보육시설 어린이 200명도 참여했다.
이씨는 이 종이학들을 한일 월드컵 직전 히딩크 감독에게 전달하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표팀에 집중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없으니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전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축구계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일월드컵 끝나자 오히려 전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씨는 "한국 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루면서 히딩크 감독이 대통령보다 더 바빠져 전달할 기회가 없었다"면서 "어쩌면 당시 히딩크 감독과 국가대표팀을 내세운 각 기업의 축구 마케팅이 유행하면서 순수한 국민운동인 우리 행사가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오해 받을까봐 두려워서 자제한 면도 있다"고 돌아봤다.
이후 2006년 독일월드컵, 2010년 남아공월드컵 등 두 차례의 월드컵이 지났지만, 종이학 7만5000만 마리는 주인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대형 상자 4개에 나눠 담겨져 경기도 고양의 이씨 아파트에 서 잠자고 있었다. 이씨는 언젠가는 히딩크 감독에게 꼭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이 종이학들이 망가지지 않도록 진짜 학을 키우듯이 정성을 다해 돌봤다.
이씨는 "올해는 브라질월드컵이 있는 해인데 마침 히딩크 감독이 치료를 위해 방한했다니 히딩크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는데 이번 만큼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아 12년 만에 용기를 내서 히딩크 감독에게 종이학을 전하기로 했다"며 "재단에서 고맙게 받아주기로 해 기쁘다"고 말했다.
허정무거스히딩크재단은 해외에 거주하는 히딩크 감독이 종이학을 직접 갖고 한국을 떠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뜻 깊은 선물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재단이 위치한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에 전시될 가능성이 높다.
허정무거스히딩크재단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2010남아공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 진출과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59·축구협회 부회장) 전 대표팀 감독과 히딩크 감독이 손잡고 지난해 5월 설립했다. 허 전 감독이 이사장을, 히딩크 감독이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