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우(21)가 적기에 데뷔골을 터뜨리며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지난해 11월 레버쿠젠으로 1년 간 임대 이적한 류승우는 8일(한국시간) 포르투갈 전지훈련 중 열린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SC헤렌벤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에 출전, 0-0으로 맞선 후반 1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류승우는 후반 1분 교체투입돼 5분 뒤 한 차례 슈팅을 날린 데 이어 후반 14분 슈테판 키슬링(30)이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패스를 골로 연결했다. 후반 15분에는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파울을 얻어 페널티골을 따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전·후반 30분씩의 연습경기이기는 했지만 류승우는 2013~2014시즌 상반기 에레디비지에 5위 팀을 상대로 자신이 왜 지난해 7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명문 구단들의 뜨거운 구애를 받았던가를 충분히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류승우의 활약은 키슬링·손흥민(22)과 함께 레버쿠젠의 공격 삼각편대 '3S'의 한 축을 이루던 시드니 샘(26)의 이적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터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공격형 미드필더부터 측면 공격수까지 폭넓게 활약해 온 샘이 이르면 이번 시즌 후반기부터 빠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민에 빠졌을 레버쿠젠의 사미 히피아(41) 감독에게 더욱 좋은 인상을 줬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샘은 빠른 발과 감각적인 슈팅을 무기로 2013~2014시즌 전반기 분데스리가의 13경기에 출전해 7골을 터뜨리는 등 팀의 공격을 주도하며 주공격수 키슬링(17경기 9골)·손흥민(14경기 7골) 등과 함께 팀의 전반기 분데스리가 2위 달성에 기여했다.
샘은 2014~2015시즌 말까지 레버쿠젠과 계약돼 있으나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의 리버풀, 분데스리가의 샬케04 등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7일에는 레버쿠젠이 샘과 재계약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는 독일 언론의 보도까지 나와 이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샘이 팀을 떠난다고 해서 갓 분데스리가에 데뷔하는 류승우가 자신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2012~2013시즌 샘의 부상 공백을 틈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굳힌 곤살로 카스트로(27)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공격 능력도 탁월한 라스 벤더(25)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승우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측면 공격수, 처진 공격수까지 모두 소화해낼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공격진에서 거대한 벽이 하나 사라진다면 벤치에서라도 기회를 엿볼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전반기 손흥민(22)의 맹활약으로 한국 선수에 대한 히피아 감독과 구단의 호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류승우가 남은 전지훈련 기간에도 이번 헤렌벤전과 같은 활약을 이어나간다면 올 시즌 후반기에 최소한 교체명단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샘이 계약 기간 도중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더라도 레버쿠젠이 많은 이적료를 챙길 수 없다는 점도 류승우에게는 호재다.
레버쿠젠은 지난 2010년 샘을 함부르크로부터 영입할 때 이적료 200만 유로(약 29억원)에 영입하면서 바이아웃 조항으로 245만 유로(약 35억원)만 걸었다. 바이아웃은 그 금액보다 많이 내는 구단은 현 소속 구단의 동의 없이 선수와 직접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독일 언론은 샬케04가 1월 이적시장에서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해 레버쿠젠에 이적료 250만 유로(36억원)를 주고 샘을 영입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즉 레버쿠젠은 샘을 보내면서도 250만 유로 이상 챙기기가 힘들어져 1월 또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샘을 대체할 몸값 비싼 특급 공격수를 영입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류승우가 지금처럼만 계속 해준다면 올 시즌 후반기에 분데스리가 정규 경기는 물론, 류승우의 소망처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류승우와 손흥민, 두 코리아 듀오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