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에 온 뒤 대학교 때처럼 편안하게 농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경기가 잘 풀린다."
장재석(23)은 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82-75로 이긴 뒤 새 소속팀 고양 오리온스에서의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33분을 소화한 장재석은 앤서니 리처드슨(20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15점을 책임지며 승리를 이끌었다. '대어' LG를 낚았다.
지난달 24일 오리온스 데뷔전을 치른 뒤 이날까지 총 6경기를 뛴 장재석은 늘어난 출전시간만큼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선지 3번째 경기 만에 19점을 올렸고 4번째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개인 최다인 21점을 기록했다. 종전 KT 시절 최다득점은 15점이었다.
갑작스레 팀을 옮긴 만큼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지만 장재석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 이유는 하나. 심적인 안정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장재석은 "사실 이적 후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오히려 KT에 있을 때 훨씬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려고 노력했다"며 "그런데 문제는 KT에 있을 때는 경기도 잘 안 풀리고 나 스스로 답답한 마음이 있다 보니 지나치게 열심히만 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레이드 이후 생각을 복잡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감독님이나 구단에서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어느 순간 부담감을 떨치고 대학 때처럼 편안하게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부담이 사라지니 자연스레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게다가 팀이 최근 강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고 있어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팀원들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
장재석은 "(최)진수형과 함께 뛰면 리바운드에서 강점이 생기기 때문에 속공 찬스도 많이 나고 수비할 때도 마음이 든든하다"며 "공격 상황에서는 아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은 리처드슨이 잘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팀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도 장재석의 잠재력을 언급하며 더 많은 활약을 펼쳐줄 것을 요구했다.
추 감독은 "(장)재석이는 일단 할 수 있다는 자신감부터 가져야 한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음에도 스스로 잘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며 "재석이가 자신감만 갖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이는 그 자신과 팀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에둘러 제자를 칭찬했다.
이날 경기에서 패해 3위로 내려앉게 된 김진 LG감독은 "선수들이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다 보니 여러모로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 같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다"며 "외국인 선수나 (문)태종이에게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지 않도록 새로운 마음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