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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동계올림픽 D-30]③최초를 꿈꾸는 태극전사들

모굴스키 최재우,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김호준도 선전 다짐

국민 모두가 이상화(25·서울시청)·김연아(24)·모태범(25·대한항공) 등 금메달 후보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을 때 조용히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썰매·스키 등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을 넘어 2018평창동계올림픽 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과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고 저마다의 각오를 다지며 다가오는 소치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썰매 3총사'는 지난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첫 동반 출전의 경험을 발판으로 한층 더 성장했다. 4년 전 예선통과에 만족해야 했던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이번 대회에서 결선 진출 및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36) 코치가 이끄는 봅슬레이 대표팀은 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출전(남자 4인승·남자 2인승·여자 2인승)에 도전한다.

한국은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남녀 2인승 외에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남녀 4인승까지 출전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는 남자 4인승 1개 팀만 출전한 바 있다.

1월 열리는 2013~2014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아메리카컵 7·8차 대회와 FIBT 월드컵 5~8차 대회 결과에 따라 소치올림픽 출전 티켓 수가 가려진다.

한국은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남자 2인승 2개 팀 외에도 2인승 추가 1개 팀과 남자 4인승 1개 팀의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1월 열리는 아메리카컵과 월드컵 출전을 감행했다.

FIBT는 오는 23일까지의 올 시즌 국가별 포인트 순위에 따라 상위 14개국에 26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최종 부여할 예정이다. 4~9위에 있는 국가에는 최대 2장의 올림픽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8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은 추가로 남자 4인승 1장의 티켓확보를 노리고 있다.

4년 전 남자 4인승 푸시맨으로 올림픽을 처음 경험한 김동현(27·서울연맹)은 전정린(25·연세대)과 호흡을 맞춰 2인승에 도전한다. 파일럿으로 포지션을 바꾼 김동현은 브레이크맨 전정린과 함께 2인승 썰매를 끈다.

김동현-전정린 조는 지난달 5일 미국 레이크 플레시드에서 열린 2013~2014 아메리카컵 6차 대회에서 두 차례 레이스 합계 1분52초92를 기록, 모나코(1분53초04)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 기대감을 남겼다.

지난 2012~2013시즌 막판이던 3월 열린 아메리카컵 5차 대회에서 원윤종과 짝을 이뤄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낸 전정린은 개인 두 번째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동현은 개인 첫 금메달이었다.

김동현-전정린 조는 이 대회 우승으로 랭킹포인트 376점을 얻어 세계랭킹 23위까지 뛰어올랐다.

일취월장한 김동현-전정린 조 덕분에 한국 봅슬레이 남자 2인승 부문은 기존 원윤종(29·경기연맹)·서영우(24·성결대) 조 이외에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더욱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파일럿으로 전향한 김동현의 경력은 3년 남짓이지만 빠른 적응력과 빼어난 스타트 기록으로 이용 코치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용 코치는 "김동현은 스타트 기록이 매우 좋다. 세계 톱10 수준이다. 스타트가 좋으면 가속에서 조금 떨어져도 최종 기록을 당기는데 유리하다"며 "소치올림픽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빠른 시간안에 승부를 볼 수 있는 스타트 기록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세계랭킹 17위(418포인트)로 김동현-전정린보다 더 높다. 지난해 11월 미국 유타주 파크 시티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5차 대회에서 파일럿 원윤종-브레이크맨 서영우 조는 남자 2인승에서 금메달을 따내 대표팀 가운데 가장 먼저 올림픽 청신호를 밝혔다.

앞으로 타는 썰매인 스켈레톤에서는 사상 첫 대륙간컵 은메달을 획득한 윤성빈(19·한국체대) 외에 '비밀병기' 이한신(25·전북연맹)이 소치에서 일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세계랭킹 22위 윤성빈은 올시즌 아메리카컵 3·4차 대회 연속 동메달에 이어 대륙간컵 1·2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기량이 급성장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대륙간컵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윤성빈이 처음이다.

썰매 무게를 줄이고 선수의 체중을 늘린 전략이 주효했다. 스켈레톤은 선수와 썰매 무게에 제한을 두고 있다. 33㎏ 이상의 썰매를 사용할 경우 선수체중과 합한 무게가 115㎏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썰매 무게가 33㎏ 미만일 경우 선수 몸무게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이에 대표팀은 가벼운 썰매를 사용하는 대신 선수 체중을 늘려 가속도에서 손해보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윤성빈은 35㎏ 썰매에서 32㎏ 짜리로 바꾸고 몸무게를 75㎏에서 87㎏까지 불렸다. 짧은 경력 탓에 드라이빙 기술이 떨어지는 윤성빈이다. 대신 빠른 스타트와 가속도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택했다.

세계랭킹 41위로 아직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이한신(26·전북연맹)도 같은 맥락에서 64㎏이던 체중을 75㎏까지 늘렸다. 향후 5㎏ 가량 더 불려 80㎏대를 만들 예정이다.

이한신까지 소치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면 한국은 스켈레톤에서 처음 두 명을 올림픽에 출전시키게 된다.

스켈레톤의 조인호(36) 감독은 대표팀에서 드물게 드라이빙 기술까지 좋은 이한신을 두고 한국의 '비밀병기'라며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경기도청 여자컬링팀도 태극마크를 달고 소치동계올림픽을 이끈다. 한국은 지난해 3월 극적으로 소치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주장 김지선(27)을 필두로 신미성(36)·이슬비(26)·김은지(24)·엄민지(23)로 구성된 컬링대표팀은 최근 2년 새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3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대표팀은 이어 12월 이탈리아 트렌티노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었다. 내친 김에 올림픽 시상대까지 노리고 있다.

토비 도슨(36·한국명 김봉석) 코치 지도 아래 부쩍 성장한 프리스타일 스키 기대주 최재우(20·한국체대)는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설상 종목 역사를 새로 쓸 준비를 하고 있다.

최재우는 지난해 3월 노르웨이 보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모굴에서 5위를 차지하며 설상 종목 역대 한국 선수 최고의 성적을 경신했다.

스노보드와 스키를 통틀어 권대원(35)이 지난 2009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스노보드선수권 빅에어 부문 18위를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무서운 신인' 최재우는 이름도 낯선 모굴 스키에서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겨뤄 당당히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소치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4살 때 스키를 처음 시작한 최재우는 8살 때 모굴 스키를 탔고, 16살 때인 지난 2009년 모굴 스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변변한 점프 훈련장도 없는 척박한 상황에서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어렵게 훈련한 최재우는 이제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구사한다는 공중 1080도 회전을 익히기 위해 체조 국가대표 양학선의 지도를 직접 받을 만큼 올림픽 메달을 향한 그의 꿈은 뜨겁기만 하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4·CJ제일제당)은 소치행 티켓을 사실상 예약하고 올림픽 2회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2013~2014 FIS 스노보드 월드컵 2차 대회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위에 올라 2011년에 이어 한국인 최초 월드컵 2회 톱10 진입이라는 성과를 냈다.

월드컵 랭킹을 16위까지 올린 김호준은 소치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눈 앞에 뒀다. 소치올림픽에는 상위 랭커 30명이 출전한다.

훈련 도중 어깨 탈구의 부상을 입고도 지난 월드컵 예선 3위의 성적으로 결선에 진출한 김호준은 연마중인 필살기인 1080도 회전을 선보이지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지난 밴쿠버동계올림픽 26위의 아쉬움을 달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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