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2013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2012년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던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의 동의를 얻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타진했고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71억원)라는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적어낸 다저스의 품에 안겼다.
여러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아직 미국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류현진이 거액의 포스팅 비용에 6년 4200만 달러(약 443억원)짜리 대형 계약을 체결하자 현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고개를 들었다.
한 매체는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이 러닝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자 흡연 이력을 들먹이며 자극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우려의 목소리를 실력으로 이겨냈다. 류현진은 2013시즌 국내 시절보다 한층 날카로워진 직구와 스트라이크 존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큰 재미를 봤다.
4월3일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을 통해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류현진은 총 30경기에 선발로 나서 14승(8패)을 수확했다. 192이닝을 던진 그의 평균자책점은 3.00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30경기 중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꾸준함을 선보였다. 돈 매팅리 감독의 경질설과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다저스가 위기에 빠졌던 시즌 초반에도 류현진은 별 탈 없이 로테이션을 지키며 팀이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데 앞장섰다.
5월29일에는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9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3-0 승리를 이끌며 빅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박찬호, 김선우에 이은 한국인 세 번째 빅리그 완봉승이자 데뷔 11경기 만이었다.
기분 좋게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류현진은 한국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득점으로 막아 팀이 반격을 시작하는데 힘을 보탰다.
비록 팀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해 우승 반지라는 목표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큰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했다.
데뷔 시즌을 산뜻하게 마친 류현진을 두고 벌써부터 2014시즌 활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현진이 특유의 친화성과 노련한 투구로 최상의 루키 시즌을 보내면서 기대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 등으로 구성된 다저스 선발진을 메이저리그 전체 2위로 꼽으면서 "류현진은 강력한 3선발"이라며 다가올 시즌에서의 선전을 예고했다.
성장을 위해 가다듬어야 할 점 또한 만만치 않다. 류현진이 단숨에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반열에 등극하면서 다른 팀들의 견제는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류현진의 위력을 확인한 다른 팀들이 오프시즌 동안 데이터 수집과 스카우팅에 열을 올린다면 류현진 입장에서는 타자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어엿한 빅리그 10승 투수로 성장한 만큼 어느 때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친숙한 안방보다는 원정에서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 역시 더 높은 고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7승4패씩을 홈과 원정에서 정확히 양분했다. 거둔 승수는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차이는 존재한다. 15차례 홈 경기 등판에서는 평균자책점 2.32로 강한 모습을 자랑한 반면 원정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3.69로 다소 높았다.
시즌 내내 따라다녔던 '1회 징크스'를 날리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류현진의 1회 평균자책점은 5.10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볼넷 수도 13개로 가장 많았고 전체 피홈런 15개 가운데 7개를 1회에 맞았다.
물론 지난해 나타난 여러 약점들을 보완할 경우 한층 업그레이드된 류현진의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팀이 워낙 막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어 아메리칸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 둥지를 튼 추신수(32)와의 월드시리즈 맞대결 역시 기대해 볼만하다.
첫 시즌 스스로에게 99점을 준 류현진은 "동부 원정경기에서 시차 적응을 빨리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1년을 했으니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프지 않고 또 다시 10승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