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의 베테랑 가드 주희정(37)이 갑오년 새해 각오를 밝혔다.
SK는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서울 라이벌전에서 베테랑 주희정의 활약에 힘입어 74-71로 승리,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주희정은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해 17점을 올려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9점을 쓸어 담았고 후반에만 14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이다.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과 뛰면서 체력을 비롯해 여러 가지에서 한계를 절감하지만 자존심을 세우기보단 희생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주희정은 "지난 시즌에는 좀 더 많이 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아쉬움이 컸다"며 "이번에는 개인적인 것을 버리고 기회가 왔을 때, 팀을 위해 돕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올 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15분47초로 식스맨이다. 김선형·변기훈 등의 후배들에게 밀려 코트에서 한걸음 멀어졌지만 존재감은 절대 처지지 않는다. 경기당 3.6점 1.4어시스트도 숫자에 불과하다.
주희정은 1997~1998시즌 원주 나래(현 동부)를 시작으로 삼성·안양 KT&G(현 인삼공사)를 거쳐 SK에 몸담고 있다. 우승은 물론이고 신인상·정규리그 MVP·플레이오프 MVP까지 두루 수상한 KBL의 안방마님이다.
삼성 시절에 함께 호흡을 맞췄던 문경은 SK 감독은 "개인적인 준비가 철저하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시야가 탁월하다. 현역 시절에 함께 할 때에도 어떤 동료가 컨디션이 좋은지 파악하고 찔러주는 패스가 일품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희정은 한 획을 그은 스타플레이어다. 나도 은퇴를 앞두고 5년 정도가 가장 힘든 시기였는데 과거의 대단했던 부분들을 모두 내려놓고 팀을 위해 하는 헌신하는 모습이 정말 만족스럽다.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희정은 자존심이 센 선수로 유명하다. 한 때 출전시간과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에 아쉬움을 느낀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자기 관리에 더 철저하다.
김선형은 "저 나이에 나도 (주)희정이 형만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신에게 철저한 모습을 정말 본받고 있다. SK에 있는 모든 후배들이 같은 생각이다"고 했다.
주희정은 17번째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프로 통산 최초로 5000어시스트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고려대 중퇴와 수련선수 출신이라는 남다른 이력을 자랑하는 주희정이다.
주희정은 "지난 시즌에 정규리그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이번에는 통합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식스맨상도 받고 싶다"고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