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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말자 '더 스크립트' 열정과 애정의 무대

록밴드 '더 스크립트'는 프로 정신으로 무장했거나, 한국을 정말 사랑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게 아니고서야 'U2' 이후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숱하게 세계를 돌며 공연하는 이들이 이처럼 열정적으로 공연할 이유가 없다. 아니,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겠다. 

'더 스크립트'가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2013년 봄 이후 2년 만에 내한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은 지금까지 이처럼 열정적으로, 애정을 듬뿍 담아 내한 무대를 꾸민 외국 뮤지션이 있었는지를 고민하게 했다. 바꿔 말하면, 팬이라면 이들의 내한 공연을 놓치지 말라는 조언이다. 이어지는 글은 이 조언이 나오기까지의 경험이다. 

'더 스크립트'는 공연예정 시간에 맞춰 백스테이지가 아닌 공연장을 가로질러 등장했다. 무대 스크린 속 영상에서 움직이는 멤버들을 본 관객들은 그 영상이 실시간인 줄 모르고 있다가 감탄 섞인 환호를 쏟았다. 건반 겸 보컬 대니 오도나휴(35)는 공연장의 열기를 듬뿍 받은 후 무대에 올라 외쳤다. "안녕하세요!"

오도나휴와 기타 마크 시한(39)은 첫 곡부터 무대를 내려와 스탠딩석 관객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초반부터 달아오른 열기는 공연 끝까지 이어졌다. 멤버들은 시종일관 무대를 종횡했고 자주 무대 밖으로 나왔다. 

'나싱(Nothing)'에서는 첫 번째 내한 공연 때 선보여 화제가 된 이벤트를 다시 한 번 뿜어냈다. 옛 남자친구 또는 여자친구와 전화 통화를 해 이 노래를 들려준다고 약속하고는 실행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꼭 쥔 채로 완곡했다. 관객들은 코러스를 맡았다. 

2013년 가수 싸이를 본뜬 모형물을 무대에 올려 사진을 찍었던 이들은 올해도 사진을 찍는 시간을 마련했다. 멤버들은 갓을 쓰고 부채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올림픽홀을 가득 메운 관객을 담았다. 

다시 또 한편의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암전 후 이들이 등장한 곳은 공연장 한가운데 마련된 간이 무대였다. 드럼과 피아노 정도가 마련된 공간에서 이들은 '네버 신 애니싱 콰이트 라이크 유(Never Seen Anything 'quite Like You'') '더 맨 후 캔트 비 무브드(The Man Who Can't Be Moved)'를 들려줬다. 팬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활용해 만든 빛이 이들을 비췄다. 합창도 함께였다. 오도나휴는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간이 무대도 곱게 내려가지 않았다. 시한은 무대를 내려가는 척 하다 암전이 되자 몸을 숨겼고 이어진 '유 원트 필 어 싱(You Won't Feel A Thing)' 무대에서 단독 조명을 받으며 기타를 쳤다. 오도나휴는 2층 객석에서 등장해 팬들과 볼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운 좋게 오도나휴가 넘긴 마이크를 받은 팬도 있었다. 

앙코르곡으로 선보인 '포 더 퍼스트 타임(For The First Time)'에서 관객이 수백 개의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밴드는 '노 굿 인 굿바이스(No Good In Goodbyes)'를 이어 선보이며 공연의 막을 여는 듯한 에너지를 다시 뿜었다. 

끝은 다시 시작이었다.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홀 오브 페임(Hall of Fame)'이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오도나휴의 청으로 빛을 발하는 휴대폰이 밴드의 "다음번에는 더 빨리 오겠다"는 약속을 이끌었다. 기다림의 시작이다. 

곧 있을 이들의 세 번째 내한 공연을 놓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들은 평일 오후 8시에 공연에 2500여명을 모으는 저력을 보였다. 오도나휴와 볼을 맞대고 셀카를 찍을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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