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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 힐미' 황정음, 믿고 보는 배우 되다

MBC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2010)에서 과장된 표정과 말투로 '띠드버거'(치즈버거) 먹고 싶다고 눈을 깜빡거리던 황정음(30), 이제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황정음은 '자이언트'(2010)의 이미주, '내 마음이 들리니'(2011)의 봉우리, '골든 타임'(2012)의 '강재인, '돈의 화신'(2013)의 복재인, '비밀'(2013)의 강유정, '끝없는 사랑'(2014)의 서인애를 거쳐 '킬미, 힐미'의 '오리진'이 됐다. 작품 하나하나를 거칠 때마다 연기력은 일취월장했다.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코믹은 버렸다. 자신이 보여 줄 수 있는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연기 욕심을 부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 했던 게 '자이언트'와 '비밀'같은 무거운 작품이다. 좀 더 배우고 싶어서 '끝없는 사랑'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킬미, 힐미'에서 딱 맞는 옷을 입었다. 그동안 그녀가 거쳐 온 인물의 성격이 적절히 잘 섞인 캐릭터였다. 황정음은 '오리진'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밝고 코믹한 연기는 물론, 욕심내서 배운 깊은 감정연기까지 폭넓은 연기력을 풀어헤쳤다.

극을 이끌어가는가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오리진'의 역할은 주인공보다 중요했다. 7개의 인격을 가진 '차도현'(지성)을 상대해야 했기에 어설펐다가는 안 하느니만도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해야 할 일은 한 것 같아요. 주인공 옆에서 도와주고, 서로 사랑하는 역할이요.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차도현이 중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분량이나 배역에 욕심내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황정음을 캐스팅한 이유, 그것에 맞춰서 연기했어요."

영리한 선택이었다. "결국에는 저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극의 의도가 있잖아요. 그런데 누군가가 욕심을 내면 그 의도가 틀어져요. 그러면 작품에도 영향이 가고 결과적으로는 다 망하는 거죠. 제가 은근히 계산적이에요. 저는 이 드라마로 얻고 싶었던 건 다 얻었어요."

일찌감치 연예계에 데뷔해 가수 활동부터 많은 작품을 거쳤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룹 '슈가'로 활동하던 때와 '골든타임'을 촬영할 때,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킬미, 힐미'는 슬럼프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줬다는 점에서 황정음에게 의미있는 드라마다. 그녀는 '오리진'과 '차도현'이 상처를 치유하고 온전한 인격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에 감사하게 됐다.

특히 '킬미, 힐미' 속 명대사로 스스로 마음을 치유했다. '넌 돌연변이가 아니야. 너만 그런 게 아니라고.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사람이 살아. 죽고 싶은 나와 살고 싶은 내가 있어. 포기하고 싶은 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내가 매일 매일 싸우면서 살아간다고. 너는 싸워 볼 연기도 없는 거잖아.'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요섭'이를 말리면서 했던 대사가 가장 공감이 갔다"며 읊었다. "제 직업이 그렇잖아요. 행복하면서 동시에 고통스럽기도 해요."

좀 더 연기 내공을 쌓고 나면 자신이 다중인격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시기는 5년 정도 후로 내다봤다. 연기욕심이 끝없는 황정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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