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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등번호 10번에 얽힌 최용수 감독과 박주영의 인연

 FC서울로 돌아온 박주영(30)이 91번이라는 이색 등번호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그에게 91번을 추천한 이는 최용수(42) 감독이다.

최 감독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박주영 입단 기자회견에 나서 "본인이 10번을 달고 싶은 생각이 조금은 있었을 것이다. 9+1의 의미로 91번을 줬다"고 설명했다.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은 9번과 함께 스트라이커를 상징한다. 대다수팀들이 최전방 공격수에게 9번 혹은 10번을 부여한다.

박주영에게 서울의 10번이 낯선 것은 아니다. 2005년 등장해 2008년까지 뛰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등번호는 다름 아닌 10번이었다.

하지만 서울 생활 2기에서 10번을 달고 뛰는 박주영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현재 서울 10번의 주인은 외국인 선수 에벨톤이다.

최 감독은 에벨톤의 번호를 그대로 두는 대신 박주영에게 9+1을 뜻하는 91번을 주는 묘안을 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몇몇 선수들이 이런 식으로 원하는 번호를 쟁취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최 감독이 선수들의 등번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이유는 그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FC서울 전신인 안양LG의 대표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최 감독은 5년 간의 일본 J리그 생활을 끝낸 뒤 2006년 서울 플레잉 코치로 돌아왔다. 당연히 10번을 요구했던 최 감독은 당시 단장으로 재직하던 한웅수 현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에게 보란 듯이 퇴짜를 맞았다.

최 감독은 "한웅수 총장님께서 '백넘버 몇 번 할래'라고 물어보시길래 '당연히 10번 아닙니까'라고 답했다. 10번을 달고 우승하고 MVP까지 타서 될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최 감독을 밀어낸 선수는 다름 아닌 박주영이었다. "우리 팀의 10번을 보여주셨는데 그 선수가 박주영이었다"고 말은 이어간 최 감독은 "그래도 나는 '내가 달아야지 않겠느냐'고 말했는데 그럴거면 팀을 나가라고 하시더라. 충격적이었다"고 웃었다.

결국 최 감독은 10번이 아닌 11번을 달고 한 시즌을 누빈 뒤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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