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대진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첫 플레이오프에 들뜬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유쾌한 신경전'이 벌써 막을 올린 모습이다.
포문을 연 이는 한국전력의 베테랑 센터 하경민(33)이다. 하경민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지난 2일 현대캐피탈전 역전승 이후 '봄 배구'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을 두고 "경험이 없는 것은 OK저축은행이 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광인과 서재덕 등 주전 선수 대부분이 어리지만 본인과 방신봉, 후인정 등 큰 경기 경험을 갖춘 선수가 일부 포진돼 이제 막 신생팀 딱지를 뗀 OK저축은행보다는 큰 경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앉아서 일격을 당한 OK저축은행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4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LIG손해보험전 종료 후 수훈선수 기자회견에 임한 레프트 공격수 송희채는 취재진으로부터 한국전력의 반응을 전해 들은 뒤 "경험이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어리다고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반대로 송희채는 현재 순위가 앞서 있는 자신들의 우위를 점쳤다.
LIG를 3-0(25-22 25-18 25-21)으로 완파한 OK저축은행은 24승9패(승점 68)로 3위 한국전력(22승11패·승점 61)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2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남은 세 경기 중 1승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할 수 있다.
송희채는 "지금 2위를 달리고 있으니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도 홈-원정-홈 순으로 경기를 하지 않느냐. 우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경험 부족은 인정하지만 단기전인만큼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팽팽히 맞섰다.
물론 명승부를 함께 써내려 갈 상대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다. 송희채는 "한국전력이 시즌 초반에는 속공을 많이 안 써서 상대하기 편했는데 후반기 들어 속공이 잘 맞고 수비까지 좋아졌다"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 오른 모든 팀 선수들처럼 송희채의 목표는 챔프전 우승이다. 한때 삼성화재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트로피가 눈에 아른거렸기에 간절함은 더한 듯 했다.
전날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우승 경기를 지켜봤다는 송희채는 "'삼성화재가 우승하겠구나'라고 생각은 했는데 막상 지켜보니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면서 웃은 뒤 "지금 페이스가 좋으니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팀 분위기와 리듬이 시즌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큰 경기를 앞두고 깔끔한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들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