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6)의 2015년 시작이 어느 때보다 험난하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수확한 이상화는 이후 이 종목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밴쿠버올림픽 다음 시즌인 2010~2011시즌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이후 시즌부터 최강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이상화는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파이널 2차 레이스부터 2014~2015시즌 월드컵 1차 대회까지 월드컵 여자 500m 10연속 금메달을 수확했다.
2012년과 2013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는 2차 레이스에서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하면서 역대 세 번째 올림픽 여자 500m 2연패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상화는 2014~2015시즌 들어서도 건재함을 뽐냈다.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 1·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쓸어담은 이상화는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은메달에 그쳤지만 2차 레이스에서 정상을 되찾았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500m 1·2차 레이스 금메달도 모두 이상화의 차지였다.
그러나 이상화는 올해 들어 아성을 위협받고 있다.
약 한 달 동안 휴식을 취하고 이달 초 월드컵 6차 대회에 나선 이상화는 500m 1차 레이스에서 5위에 머물렀다. 이상화가 월드컵 여자 500m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2011년 12월3일 헤렌벤에서 열린 2011~2012시즌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4위를 차지한 이후 약 3년2개월만이었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하루만에 시상대로 복귀했으나 일주일 후 열린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6초004를 기록해 5위에 그쳤다.
여전히 이상화가 여자 500m에서 최강자라는 사실에 이견은 없지만 그의 자리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들어 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상화의 부진 원인으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고질적인 왼 무릎 부상과 피로다.
이상화는 2011년부터 왼 무릎 부상을 안고 뛰어왔다. 왼 무릎에 물이 차 있고 추벽증후군도 앓고 있다. 그는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시즌을 치러왔고 부상에도 불구하고 소치올림픽 금메달을 일궜다.
소치올림픽을 마친 후 수술도 고려했던 이상화는 계속 치료를 병행하며 시즌을 치르기로 결정하고 2014~2015시즌에 돌입했다.
이상화의 무릎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무릎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단거리대표팀을 지도하는 김용수 코치는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보다 악화된 것은 아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에서 무릎에 통증이 있다는 것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무릎 상태에 큰 차도가 없는 가운데 이상화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피로감이다.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여러 행사를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이상화는 곧바로 하계훈련을 소화한 후 시즌을 치렀다.
큰 대회를 치렀는데 여러 행사 등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여파가 시즌 막판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화는 지난해 12월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불참했다. 당시 그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탓인지 시차적응에도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이상화의 부진을 두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을 이끄는 에릭 바우만(42·네덜란드) 코치는 "이상화의 부진은 부상이 있는 무릎에 피로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즌 막판이 될수록 최고의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는 이상화의 도전자들이 매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몸 상태가 완벽하지 못한 이상화는 한층 고전하고 있는 형세다.
2018평창동계올림픽까지 바라본다면 이상화에게 월드컵 대회 만큼이나 '휴식'도 중요해 보인다.
단지 올 시즌 뿐만 아니라 시즌을 마친 뒤 2015~2016시즌을 준비하기 전에 얼마나 잘 쉬는가도 이상화가 올해 초반의 부진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화가 평창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면 수술 여부에 대한 결론을 하루빨리 내려야 한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일단 수술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우만 코치는 "좋은 선수인 만큼 무릎 수술을 하지 않고도 곧 다시 세계 정상으로 올라설 것"이라며 "지금 굳이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3년 뒤까지도 수술없이 잘 뛸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4년 전을 떠올려보면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다음 시즌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시즌 초반에 고전했고, 올림픽보다 규모가 작은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에 머무는 등 기복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화는 다음 시즌부터 제 모습을 되찾았고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일궜다.
이상화가 4년 전처럼 다시 이번 부진을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는 올 시즌을 마친 후의 '휴식'에도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