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강예원(35)은 2001년에 데뷔, 벌써 14년 차 여배우다. 그런데 아직 대중에게는 낯설다. '강예원'이라는 이름 석자만 듣고는 얼굴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강예원을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하나, 강예원이 누군데? 둘, 요즘 TV에 나와서 계속 우는 걔?
강예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영화 '해운대'(2009)에서 이민기의 입술을 깨물던 삼수생, '하모니'(2009)에서 벽에 머리를 박던 노래 잘하는 수감자, '퀵'(2011)에서 이민기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있던 걸그룹 멤버, '헬로우고스트'(2010)에서 차태현 상대역이던 간호사다. 가장 최근에는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프로페셔널한 여형사로 활약했다.
하지만 '진짜' 강예원은, 맞다. 요즘 TV에서 커다란 안경을 쓰고 새빨간 얼굴을 한 채 시종일관 울고 있는 그 '아로미'다. 군대에 가면서 변비약을 챙기고, 원시 때문에 군가가 적힌 악보를 코앞에 대고 보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사사건건 지적을 받으며 우는 게 그녀의 진짜 모습이다.
"저만 보면 웃으시던데요. 지금까지 (대중에게) 제 의도와는 상관없이 좀 차가운 이미지로 부각됐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 본성을 드러냈잖아요. 친근감이 생긴 것 같아서 배우로서 좋아요."
주위 사람들도 다 재미있다고 한다며 웃었다. 특히 남자들이 너무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좋게 봐주는 사람이 많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는 장면 위주로 편집한 제작진에 대한 원망은 없냐고 물으니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사실 제가 우는 것 말고는 쓸 게 있었나요?"
마냥 해맑게 웃으며 얘기하는 그녀가 좋은 말만 걸러 들으며 '정신승리'하는 타입인가 싶었다. 방송에서 울고 징징대는 강예원의 모습에 귀엽다는 반응보다 짜증을 내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짜사나이'로 높아진 인지도만큼 그녀를 비호감으로 여기는 사람도 늘었다. 강예원도 이런 반응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꼴 보기 싫다, 울지 말라는 댓글도 있던데요. 눈이 안 보이는 것도 설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웃음) 저도 이렇게 못할 줄 몰랐죠. 이렇게 욕먹을 줄 알았으면 정말 안 했을 거예요. 그런데 다 이해해요. 제가 너무 울었어요. 근데 눈물이 안 멈추는 걸 어떡해요!"
'진짜사나이'는 강예원에게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심각한 원시와 홍조를 모든 사람이 알게 되면서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그녀는 커다랗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홍조 띤 모습에 만화 '개구리 왕눈이'의 '아로미'로 불렸다. 이제 그녀는 밖에서도 휴대폰을 코앞에 대고 볼 수 있다. 그전에는 그런 모습이 부끄러워 화장실에 가서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유치원 때부터 돋보기안경을 썼어요. 이런 눈은 수술도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감추고 싶었던 제 콤플렉스에요. 방송에 너무 충격적인 비주얼로 나오더라고요. 처음에는 제가 화면을 보고 놀랐어요. 너무도 낱낱이 까버리니까 오히려 편해요. 앞으로 굳이 내가 예뻐 보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다, 연기하기 편하겠다고 생각해요."
'진짜사나이'는 그녀에게 "스스로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자신의 어리바리하고 둔하고 모자란 부분을 두 눈으로 확인했지만 굳이 고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이렇게 살고 싶어요. 모자라지만 이대로의 나를 그대로.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 잘난 척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한참 뒤에 봐도 제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는 비디오가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강예원의 '아로미'가 화제가 된 것은 진짜 그녀의 모습을 담았기 때문이었다. 좀 멍청해 보이고 어리바리하고 그렇게 예쁘지도 않았다. 답답함에 짜증도 나고 그러면서도 때로는 귀여워 보이기도 하는 사람, 해맑고 단순해서 밉지 않은 사람, 주위에 꼭 한 명쯤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요즘 화장품 뭐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며 자랑을 한다. "피부 좋고 잡티 없는 사람이 화장품 모델 하는 거 아무 소용없잖아요. 저 같이 잡티도 많고 홍조도 있고! 제 피부가 되게 예민하거든요"
자신에게 화장품 광고가 들어온다면 그 화장품 기능은 보장된 거라면서 목소리를 높이는데, 끝까지 참 해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