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로 대한민국 ‘먹거리’를 뒤집어 놨던 이영돈(59) PD가 이번에는 ‘사회악과 부조리’를 고발한다.
이 PD는 2월1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8시30분 JTBC ‘이영돈 PD가 간다’를 이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파헤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이 PD가 직접 기획했다.
이 PD는 29일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미스터리 사건 분석, 사회악과 부조리 고발, 좋은 사회가 되기 위한 캠페인과 제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며 “흥미 위주의 접근이나 단순 고발 위주의 탐사보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소개했다.
이 PD는 1981년 KBS에 입사한 이후 KBS 2TV ‘추적 60분’과 KBS 1TV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등 다양한 주제와 보도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내 전문인 탐사 프로그램을 하게 돼서 기대된다”면서 “새로운 영역의 탐사보도이기에 중압감이 크지만,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종편의 특성을 살려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는 탐사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영돈 PD가 간다’는 “한 마디로 탐사 버라이어티란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의 고민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다. 어떤 주제를 다룰 것인가도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MBC TV ‘무한도전’을 탐사 영역으로 옮겨보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서민 생활에서 불편한 것들은 모두 다루겠다는 큰 그림은 그렸다. 구체적인 해결방법도 제시한다.
첫 회에서는 1991년 발생한 이형호 유괴사건을 다룬다. 이 PD가 1992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내용이다.
당시 9살인 이형호가 서울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사라진 사건이다. 범인은 이형호의 부모에게 7000만원을 요구했으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자 2월14일 전화를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형호는 실종된 지 44일째인 3월13일 손발이 묶인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제 공소시효가 끝나 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이 PD는 세월이 흘러 SNS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속하는 이 시점에서 범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어 24년 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기로 했다. SNS에 목소리를 올리고 결정적 제보를 하거나 당사자가 연락해서 만나면 3000만원을 주기로 했다. 3000만원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이 PD는 “비록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할 수는 없지만, 범인이 나를 만나주면 묻고 싶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 우리의 목표는 범인이 자식을 잃은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에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바랐다.
2회(2월8일)는 차만 타면 광분하는 도로 위 무법자들의 분노를 낮추는 방법, 3회(2월15일)는 전국의 용한 점집을 다룬다.
이외에도 이 PD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아이템이 들어있다. “국내 수돗물은 믿고 마실 수 있는가를 선진국과 비교·분석할 계획이다. 또 최근 발생한 ‘크림빵 뺑소니’ 사건과 많은 사람을 범법자로 만드는 자전거 도로의 문제점과 수십 년 동안 개선되지 않은 택시 승차거부 등을 다룰 생각”이라고 했다. “서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근본적인 것들을 다루면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정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마음이다.
기존 탐사 프로그램보다 무게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과 관련 “좋게 보면 친근해질 것이다. 주제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게 다루지도 않겠다”고 했다.
하나의 주제로 70분을 채우는 프로그램은 30~40대 여자를 주 타깃으로 했다.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시청자들이 채널을 못 돌리도록 하겠다” 는 것이다.
시청률은 우선 3%로 잡았다. “제작진에게 약속했다. 3%가 넘으면 스테이크를 사주고 4%는 제주도 2박 3일, 5%는 괌 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3%를 넘기고 안정되면 5%까지는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