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48) 국군체육부대(상무) 농구단 감독은 업계에서 '명품 조연'으로 통한다. 자신보다 조직을 우선하는 성향이 현역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상무는 21일 고양실내체육관 보조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프로농구 D리그 챔피언결정전(3전2선승제) 2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스를 82-57로 꺾고 2승으로 초대 챔피언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팀이 이기든 지든 조용히 사라진다. 2004년 상무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줄곧 그랬다. 우승 헹가래를 받으면 거기서 끝이다.
상무가 프로의 주요 선수들로 구성된 탓에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레 선수의 몫이다. 본인은 주위의 시선집중을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이다.
현역 시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정고~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실업농구 시절, 최강 기아자동차의 일원이었다. 허재(50), 강동희(49), 김유택(52) 등 쟁쟁한 동료들 때문에 언제나 궂은 일 담당이었다.
그래도 상대 에이스를 꽁꽁 묶어 손꼽히는 수비 전문 식스맨으로 존재감이 대단했다.
이 감독은 "살아남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었다. 선수 시절에 나는 뛰어난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가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놈이 강한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나를 조연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팀의 일원으로서 함께 갈 뿐이다"고 했다.
유재학(52) 모비스 감독은 지난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주저 없이 이 감독을 수석코치로 선임했다. 꼼꼼하고 성실한 자세 때문이다. 함께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일궜다.
이 감독은 "주연이 되면 좋겠지만 그보다 나를 인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점에서 훨씬 큰 값어치를 느낀다"고 했다.
대표팀에서 깐깐한 유 감독이 아버지였다면, 이상범(46) 코치는 친형, 이 감독은 어머니의 역할을 했다. 티나지 않게 뒤에서 선수들을 보살폈다.
이 감독은 "대표팀의 일원이 됐으면 도움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감독님은 큰 그림을 봐야 하는 자리다. 코치는 감독처럼 큰 그림을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농구대잔치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선수(4회)와 감독(7회)으로 통틀어 농구대잔치 11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가졌다.
햇수로 12년째 상무를 이끌고 있는 이 감독은 그동안 스타플레이어부터 식스맨까지 수많은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날렸던 선수들이 프로에서 외국인선수, 새로운 환경 등 여러 이유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상무에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반드시 감사함도 느껴야 한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국가에서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굉장한 혜택이다"며 "선수라는 직업의 연계성을 봐도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더 열정적으로 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이 감독은 지난 2013년 국군체육부대가 성남에서 문경으로 이전하면서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됐다.
"성남에 있을 때에는 아침 점호에 참석하기 위해 (성북구 돈암동)집에서 5시30분에 일어나 출근하곤 했는데 문경으로 오면서 부대 내 숙소에서 지내 괜찮다"면서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집에 가려고 하는데 못 갈 때가 많다. 집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고 했다.
슬하에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과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이 있다. 아들은 농구를 하겠다고 해 최근에 농구를 시작했다.
"죽어도 농구를 해야겠다고 조르네요. 보고 배운 게 농구밖에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 감독과 상무 농구단은 팀을 추스르고, 올해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를 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