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슈틸리케호가 우승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아시안컵 축구 8강전을 벌인다.
한국은 대회 출전 사상 최초로 무실점 3전 전승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A조 1위로 8강에 안착했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올랐다. 잊고 있던 55년 만의 아시아 정상이라는 타이틀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그 첫 번째 관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만났다. 옛 소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로 편승되면서부터 줄곧 강한 인상을 남겨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1위로 아시아 4위다. 한국(69위) 바로 밑에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크게 앞선다. 11차례 맞붙어 8승2무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0-1로 진 것이 유일한 패배다. 한국은 이후 21년 간 우즈벡과의 만남에서 줄곧 패배를 잊어 왔다.
결과적으로 거의 매번 승리를 챙기기는 했지만 상대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은 마주칠 때마다 껄끄러운 상대였다.
가장 최근의 맞대결은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이었다. 한국이 1승1무를 거뒀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우스베키스탄 원정(2012년 9월)에서 2-2로 비겼고, 홈경기(2013년 6월)에서는 상대 자책골로 간신히 1-0으로 이겼다.
아시안컵에서는 2011년 카타르 대회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4년 만에 본선에서 재격돌하게 됐다. 당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 결정전에서 3-2의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1, 2차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각종 부상과 감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무기력했지만 호주와의 3차전에서 승리해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냈다.
A조 1위로 8강에 오르면서 껄끄러운 대진을 피했고, 우즈베키스탄보다 하루를 더 쉬는 일정상의 혜택도 누렸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혼이 살아났다는 점이 반갑다.
부상으로 선수 2명을 잃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은 남은 대회를 21명의 스쿼드로 버텨야 한다. 체력 안배는 물론 포지션별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27·볼턴)과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26·마인츠)이 대회 도중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뛸 수 없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 정강이 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이청용은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구자철은 호주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돼 전열에서 이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9일 선수단에 휴식을 주고 새로운 공격진 구상 작업에 들어갔다. 이청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우즈베키스탄전의 관건으로 보인다.
이청용의 자리인 오른쪽 날개에는 백업 멤버인 한교원(25·전북)이 있다. 한교원은 지난 호주와의 3차전에서 선발로 나서 약 76분을 소화했다.
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데다가 불필요한 경고까지 받은 상태여서 출전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신 측면으로 내려와 좋은 모습을 보인 이근호(30·엘 자이시)가 오른쪽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는 호주전에서 이정협(24·상주)과 함께 결승골을 합작했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다.
구자철의 자리에는 '카타르 메시' 남태희(24·레퀴야)가 주목받고 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는 구자철에게 밀려 벤치를 지켰지만 쿠웨이트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골까지 맛봤다.
전반에는 오른쪽 날개로, 후반전에는 원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돌아와 골을 터뜨렸다. 측면보다는 중앙에 섰을 때 파괴력이 배가 되는 만큼 8강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왼쪽 미드필더는 손흥민(23·레버쿠젠)이 건재하다. 감기 몸살로 대회 초반 고생을 했지만 완전히 회복했다. 호주와의 3차전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으로 경기 감각도 끌어올렸다.
최전방 공격수 자리는 어떤 전술을 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조별리그 1, 2차전에 선보인 점유율 축구와 호주와의 3차전에 들고 나온 전방 압박을 통한 포지션 플레이 두 가지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우즈베키스탄이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을 볼 때 점유율 축구로의 복귀가 점쳐진다.
그렇게 된다면 타깃맨인 이정협은 다시 후반에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공격자원을 미뤄봤을 때 오만전에서 골을 넣은 조영철(26·카타르SC)이 원톱으로 유력하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기성용(26· 스완지시티)과 부상에서 회복중인 박주호(28· 마인츠)가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는 장현수(24·광저우 푸리)를 중심으로 곽태휘(34·알 힐랄)와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경합중이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주영(27·상하이 둥야)도 컨디션에 따라 나설 수 있다.
오른쪽 측면에는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와 차두리(35·서울) 등 두 명 모두 경고 1장씩을 안고 있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왼쪽 수비는 부동의 김진수(23· 호펜하임)이 맡는다.
골키퍼는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이 유력하다.
미르잘랄 카시모프(45) 감독은 과거 분요드코르 감독을 지내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한국 K리그 클럽들을 많이 상대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경험적 유산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감독 뿐 아니라 K리그를 경험한 지한파들이 많다. 세르베르 제파로프(33·성남), 티무르 카파제(34·로코모티브 타슈켄트)가 대표적이다.
주장을 맡고 있는 제파로프와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카파제는 모두 A매치를 100경기 이상 뛴 베테랑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정신적 지주다.
최전방에는 이고르 세르기예프(22·파크타코르)의 출전 가능성이 높다. 북한과의 1차전에 결승골을 넣었던 그는 마지막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체력을 아꼈다.
사우디전에서 2골을 몰아친 공격수 사르도르 라시도프(24·분요드코르)가 깜짝 선발로 나설 수 있다. 전술에 따라 측면과 최전방을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는 제파로프와 산자르 투르수노프(29·보르스클라)의 출전이 유력하고, 오딜 아흐메도프(28·크라스노다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2선 공격을 지원한다.
중앙 미드필더 카파제와 아지즈벡 하이다로프(30·알 샤밥)가 공수 조율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포백 라인은 비탈리 데니소프(28·로코모티프 모스크바)·안주르 이스마일로프(30·창춘)·샤브카트 물라드자노프(29·오말리크)·아크말 쇼라메도프(29·분요드코르)의 출전이 예상된다.
골키퍼는 이그나티 네스테로프(32·로코모티프 타슈켄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