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의 1차전에 이어 쿠웨이트전도 수중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13일 호주 현지 일기예보에 따르면 경기 당일인 이날 오후의 강수확률은 90%에 달한다. 호주기상청은 오전에 구름대가 형성됐다가 오후부터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비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캔버라는 평균적으로 1월에는 매우 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비는 거의 내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최근 캔버라 날씨는 평균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가 자주 내렸다. 구름이 해를 가려 서늘하기까지 했다.
캔버라에서 태어나 30년을 살았다는 현지인 매튜 그레이그씨는 "이상하게도 최근 며칠 동안은 비가 자주 내렸다. 최근 캔버라 날씨는 보통의 경우와 달리 덥지도 않고 비가 많이 내린 편이다"고 말했다.
이민온 지 5년 째라는 교포 송완지(여)씨는 "지난해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매우 더웠다. 올해는 왜 이렇게 비가 자주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초 대표팀은 캔버라의 무더위를 우려했다. 멜버른이 아시안컵이 예정된 나머지 4개 도시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지만 바다를 끼고 있어 캔버라보다 덥지 않다.
캔버라는 비교적 내륙 안쪽에 자리잡고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으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힌다.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웃돌고 햇빛이 강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것이 보통이다.
대표팀은 무더운 날씨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이 상대적으로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조별리그 3경기 가운데 2경기를 중동 팀과 벌여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중동은 무더위에 강하다.
무더위에 익숙한 중동파 선수들도 캔버라의 뜨거운 태양을 힘들어 했다.
카타르 레퀴야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24)는 "더운 곳에 있으니 자연스레 표정이 일그러진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리그에서 활약중인 이명주(25·알아인)는 "중동에 비할 것은 못된다"면서도 "한국의 한여름 날씨처럼 뜨겁고 많이 덥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지고 있는 캔버라의 이상 기후탓에 걱정거리 하나를 덜었다. 물론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깔끔하지만 무더위를 피하게 됐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수중전은 달갑지 않다. 유니폼이 젖어 무겁다.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경도 써야 한다. 하지만 어느 한 팀이 특히 수중전에 약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험 많은 쪽이 유리하다. 오만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일 오만과의 1차전도 빗속 수중전으로 치러졌다. 비가 오면서 땡볕을 피할 수 있어 선수들은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더위로 인한 추가적인 체력저하를 막을 수 있었다.
수중전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됐다. "수중전이 된다면 한국이 유리할 것"이라는 남태희의 전망이 맞아 떨어졌다.
그는 "한국은 비가 많이 내리지만 중동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 중동 선수들은 비를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고 내다봤다.
잔디가 젖으면 볼을 콘트롤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공에 가속도가 붙거나 바운드가 불규칙해진다. 공격수보다는 골키퍼가 애를 먹는다. 반대로 공격수들은 젖은 잔디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오만전에서 나온 조영철(26·카타르SC)의 결승골도 볼 처리의 어려움을 적극 이용한 가운데 나왔다. 구자철(26·마인츠)의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이를 조영철이 쇄도하면서 마무리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봉수 골키퍼 코치가 대표팀 공격수들에게 무조건 낮게 찰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쿠웨이트 역시 강수량이 적은 나라 중에 하나로 꼽힌다. 빗속에서 치러질 2차전도 우선 한국에 유리한 분위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