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피겨 페어스케이팅 파트너 정유진(16·정화여중)과 루카 디마테(25·이탈리아)가 사소한 다툼 속에서도 팀워크를 다져가고 있다.
정유진과 디마테는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5(제69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치러진 페어스케이팅에 나서 연기를 선보였다.
평창올림픽 피겨 전 종목 출전이라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목표 아래 한국 피겨에 12년만에 페어스케이팅이 부활했다. 2003년 동계체전에 페어팀이 출전한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국제대회를 따지면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유진과 디마테는 지난해 9월 빙상연맹이 실시한 트라이아웃을 통해 만났다. 3개월 동안 호흡을 맞춘 정유진과 디마테는 이날 처음으로 관중들 앞에서 연기를 펼쳤다. 이들이 공식 대회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첫 공식 대회를 마친 정유진은 "너무 떨려서 실수가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하지만 생각보다는 잘했다. 맨 처음에 트위스트는 잘 됐는데 사이드 바이 사이드 점프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디마테는 "초반에 실수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좋았다. 본격적으로 훈련한 지 두 달 정도 됐는데 이 정도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 정유진과 디마테는 성격 탓에 아직 다툼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디마테는 "(정)유진이가 워낙 열성적이고 파이팅이 넘치는 성격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정유진도 "성격 차이로 종종 싸운다. 내가 성격이 급한데 디마테는 차분하다. 성격 차이가 싸움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오늘도 연습하면서 한바탕 싸웠다"며 웃었다.
하지만 호흡을 맞추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디마테는 "정유진이 정말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 처음인 것 치고는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고, 정유진도 "싸웠는데도 호흡은 잘 맞았다"고 맞장구쳤다.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잉고 슈토이어(49·독일) 코치는 "트라이아웃을 하면서 살펴봤는데 디마테가 정유진과 스타일이 가장 잘맞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히려 이들이 싸우는 것은 팀워크를 다져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디마테는 "약간의 마찰도 팀워크를 위한 과정"이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정유진이 "오늘 파트너와 손을 잡고 빙판에 나서는데 '이제 페어 선수구나'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은 이제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정유진과 디마테는 3년 남은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로 훈련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페어 종목에서 1장의 자동출전권을 얻을 전망이다.
알리오나 사브첸코-로빈 졸코비(이상 독일)가 롤모델이라는 정유진은 "최종 목표는 평창올림픽 출전이다. 앞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기술점수(TES)를 올리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귀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디마테는 "목표는 평창올림픽 출전인 만큼 국적을 바꿀 생각도 있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슈토이어 코치는 "호흡을 맞춘 지 두 달 만에 대회에 나섰다. 솔로 점프에 실수가 있었지만 호흡은 좋았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지도한 사브첸코-졸코비 조도 처음에는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한 슈토이어 코치는 "정유진과 디마테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알 수 없다. 세계 정상급까지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