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KBL이 관중의 비아냥거림에 격분한 하승진(30·KCC)에 대한 징계여부를 논의 중이다.
하승진은 지난 1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경기 종료 6분59초를 남기고 속공에 가담하는 중에 리오 라이온스(삼성)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고 코트에 쓰러졌다. 코피를 쏟다가 응급조치 후,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한 여성 팬이 하승진을 향해 '아픈 척 하지 말라. 엄살 피우지 말라'는 뉘앙스로 비꼬았고, 이에 격분한 하승진이 관중석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관계자들의 제지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후폭풍이 거세다. 많은 농구팬들은 부상에서 어렵게 복귀한 선수가 돌아오자마자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거친 말로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프로 선수인 하승진이 참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지난 2004년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와의 경기에서 선수과 관중 사이에서 최악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인디애나 소속이었던 메타 월드피스가 관중이 던진 물병에 맞고, 관중석으로 뛰어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잔여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하승진의 경우, 물리적인 접촉이 없었고, 사전에 안전요원들에 의해 제지당한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지난 2007년에 2군 경기 도중에 상대 팬의 야유와 비난에 안정환이 관중석으로 뛰어들었던 사례가 있다. 벌금 1000만원의 제재를 받았다.
프로야구에서는 지난 1999년 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외국인선수 펠릭스 호세가 삼성 라이온즈 팬이 물병을 던지자 흥분해 야구 방망이를 관중석에 던진 사례도 있다.
KBL 관계자는 2일 "경기를 관전한 감독관과 현장에 있던 양 팀 관계자 등이 전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타 프로스포츠에서 있었던 사례를 찾아보고 징계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하승진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승진은 이날 부러진 코뼈를 교정하는 치료를 받았다. 회복까지 1~2주 가량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술은 시즌이 모두 끝난 후에 받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