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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원스' 이창희·박지연…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

뮤지컬 '원스'의 남녀주인공을 맡은 뮤지컬배우 이창희(34)와 박지연(26)은 어느새 영락없는 '걸'과 '가이'가 됐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진공청소기 수리공 가이와 꽃을 파는 체코이민자 걸. 이들은 주변 사람들과 음악을 통해 만나고 교감하고 성장한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이창희와 박지연은 걸과 가이처럼 극 속에서는 물론 현실세계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원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기타를 잡은 이창희는 최근 오디션을 다시 보는 꿈을 꿨다고 했다. 동명 음악영화(2006)가 원작으로 2012년 토니상에서 8관왕을 받았던 '원스'는 배우가 노래·춤·연기뿐 아니라 악기 연주까지 직접 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다. 이달 초 개막하기 1년 전부터 치른 오디션은 혹독하기로 소문났다.

"드라마도 중요하지만 사실 관건은 기타거든요. 꿈에서 오디션을 다시 보는데 제가 '난 미래에서 와서 이미 기타를 다 칠 줄 안다'고 막 강조하는거예요. 하하하. 대본을 미리 외워놓고 기타 연습에 주력했어요." 하지만 대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기타 연주에 '쫓기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았어요. 그러다 보니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박지연은 프리뷰(이달 3~13일) 기간 걸의 진심에 대해 깨달았다고 했다. "'원스'를 선택하고 연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저는 저대로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죠. 그런데 본 공연 개막 하루·이틀을 남기고 제 연기 방향이 너무 마음에 안들었어요. 신기한 게 마음가짐을 바꾸니 하루만에 달라지더라고요. 제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걸'을 연기하기로 했죠. 그랬더니 주변에서 금세 달라졌다면서 '시간의 방'에 다녀왔냐고 물으시기도 했어요. 호호호."

이번 무대는 아시아와 비영어권을 통틀어 첫 라이선스 무대다. 대사는 물론 영어로만 들었던 넘버가 한국어로도 척척 감긴다. 연출가 겸 극작가 고선웅이 윤색과 한국어 가사를 맡았다. 

가이의 대사 중 종종 등장하는 문어체 표현은 어수룩한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다. 평소 댄디한 이미지의 이창희는 "별 꾸밈 없이 대본에 나온대로 연기하려 했어요"라며 웃었다. 

한국어 대사에서는 무엇보다 걸의 발음이 포인트. 체코 이민자 억양을 표현하기 위해 외국 사람이 한국말을 하듯 발음과 억양을 낸다. 박지연의 걸은 이를 귀엽게 표현한다. 밝지만 내면에 아픔이 깃든 걸에게 그래서 더 공감된다. 

박지연은 "억양은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어요. 걸의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억양에 너무 치우치다보면 감정 표현이 왜곡될 수 있죠. 웃음을 자아내지만 웃기는 역은 아니거든요. 그 중심을 잘 잡고자 노력 중이에요."라고 말했다.

'원스'는 보통 관객이 뮤지컬하면 떠올리는 화려하고 떠들썩한 무대 이미지와 다르다. 브로드웨이식 쇼 뮤지컬이나 밀도 높은 오케스트레이션의 블록버스터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음악이 있는 연극 또는 음악극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이창희는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 자체도 굴곡도 크지 않아 잔잔하게 흘러가요. 하지만 그런 점들로 인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특기했다. 박지연은 "제일 잘 됐으면 하는 뮤지컬"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기존 뮤지컬과 다르니까 '원스'가 잘 되면 다양한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되죠"라고 덧붙였다. 

이창희와 함께 가이 역을 나눠 맡은 유명 밴드 'YB'의 보컬 윤도현이 있지만, 무대 위 12명의 배우는 누구 하나 튀지 않는다. 박지연은 "아무도 욕심을 내지 않은 공연이에요. 무엇보다 다 같이 어우러지며 잘 반죽이 되는 점이 너무 좋아요"라며 웃었다. 

뮤지컬계 차세대 블루칩으로 통하는 두 사람은 본래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 이창희는 1990년대 후반 '애국심'으로 활약한 아이돌 그룹 'OPPA'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뮤지컬배우로 나섰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과 '고스트'로 뮤지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인 박지연은 학창시절 밴드 보컬로 활약하는 등 원래 '음악하는 것이 꿈'이었다. 

"다시는 음악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배우들과 합주를 하다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새삼 재미를 느끼죠."(이창희)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지 꿈에도 상상을 못했어요. 밴드 시절에도 기타만 쳤는데, 뮤지컬에서 제 피아노 소리를 시작으로 모두 악기 튜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벅차죠. 그간 출연한 뮤지컬 넘버도 좋았어요. '고스트'의 팝적인 면, '레미제라블'의 합창도 좋았고, 아바 노래를 엮은 뮤지컬 '맘마미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원스'가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의 정점인 것 같아요."(박지연)

이창희와 박지연이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춘 건 벌써 3번째다. 2012년 '미남이시네요'에서 처음 만나 '고스트'를 거쳐 '원스'로 이르렀다. 첫 인상은 둘 다 별로였다며 웃었다. 

"의지가 많이 되죠. 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오빠가 아니까요. 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그러니 작업이 빠르죠. 오빠가 이렇게 열심히 한 건 '원스'가 처음이에요. 이제 진짜 어른 같아서 자랑스러워요. 호호호."(박지연) "참 귀엽고 예쁜 동생이죠. 잘하기도 하고. 훨씬 어리지만 저도 많이 의지했어요."(이창희)

이러다 뮤지컬붐을 주도한 1세대로 여러 주요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춘 남경주·최정원의 계보를 잇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서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의지가 많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벌써 무럭무럭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원스'가 끝나는 내년 3월에는 그 성장치가 얼마나 될까. 이창희는 "배우들과 합주를 해나가면서 점차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것을 느껴요. 무대에 오를수록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죠"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대화 도중 내내 생기와 발랄함을 뽐내던 박지연은 "새롭게 도전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에요. '원스'에서 멘델스존을 연주하는데 이제 쇼팽과 모차르트도 연습하고 있어요. 진심으로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줬죠"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2015년 3월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걸 전미도. 강윤석, 강수정, 임진웅, 이정수, 배현성, 오정환, 한수연. 오리지널 연출 존 티파니. 오리지널 음악 수퍼바이저·편곡 마틴 로, 프로듀서 박명성, 협력연출 데스 케네디, 협력안무 야스민 리, 협력 음악수퍼바이저 켈리 디커슨, 국내 협력음악감독 김문정. 러닝타임 2시간30분(인터미션 20분). 6만~12만원. 신시컴퍼니. 1544-1555 

◇배우가 뽑는 뮤지컬 속 그 장면 :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는 작품인 만큼 서로 감정이 교감할 때를 '그 장면'으로 선택했다. 

"걸이 처음 피아노를 만났을 때 '안녕'하고 인사해요. 마지막에 가이가 선물한 피아노를 마주할 때 다시 인사하죠. 뒷장면은 함께 무대 위에 있으나 같은 공간에 있는 설정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걸이 인사가 들리니 무대 위에서 쌓은 추억이 실제로 느껴지죠. 그 장면이 참 기억에 남아요."(이창희)

"가이가 기타를 치면서 '골드'를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요. 진짜 멋있는 거예요. 무엇인가에 빠져 있는 모습에 매번 걸로서 쑥 빠져들어요."(박지연)

◇배우가 직접 전하는 관람 팁(Tip). : '원스'는 특히 알고보면 그 의미의 농도가 짙어지는 작품이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연기와 무대가 다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공연이 시작되는 뮤지컬이에요. 배우들이 즉흥 연주를 선보일 때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가 함께 즐기고 (무대 배경인) 아이리시 펍에서 음료도 사 마실 수 있거든요. 이때가 아니면 언제 CJ토월극장 무대 위에 서실 수 있겠어요. 그리고 즉흥 연주는 뮤지컬 넘버 외에 준비해 둔 30곡 중에서 매일 3곡을 골라 들려드리는 거예요. 또 다른 뮤지컬 한편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죠. 그 만큼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꼭 공연 시작하기 20분 전에 오셔야 해요."(이창희)

"프리쇼도 즉흥적이지만 다 의도된 것들이에요. 사별한 여자를 향한 남자의 그리움을 담은 노래인데 극 중에서 가이 아버지자가 먼저 떠나간 가이 엄마를 그리워하죠. 역시 프리쇼에서 여자와 남자들의 대결을 다룬 노래가 나오는데 가이와 걸의 보이지 않는 그런 부분을 암시하는 거고요."(박지연)

◇커튼콜 : 작품만 보고는 알 수 없는 사실들 

"술을 완전히 끊은 상황이에요. 정말 술을 좋아하는데 '원스' 출연 기간에는 자제하기로 했어요. 정말 노래도 잘 부르고 싶고 기타 연주도 잘 하고 싶거든요."(이창희)

"영화 '원스'에서 가이 역의 글렌 한사드는 제가 정말 사인을 받고 싶어하는 연예인 중 한명이에요. 제가 연예인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정말 멋져요. 내년 1월 내한공연하는데 그 때 꼭 보러 오셔서 같이 사진도 찍었으면 해요."(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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