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의 전태풍(33)이 부산 KT로 이적했다.
오리온스와 KT는 외국인선수 각각 1명이 포함된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18일 동시에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당연히 최정상급 포인트가드인 전태풍이다. 귀화혼혈선수 자격으로 지난 시즌부터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그의 이적은 고양 팬들에게 충격적이다.
백운하 오리온스 단장은 "팀의 공격력을 강화시키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속사정은 없을까. 추일승 감독의 선수단 장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트레이드로 귀결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오리온스는 전태풍과 김동욱(32)이라는 간판급 베테랑 선수를 보유했다. 둘 사이의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김동욱은 전태풍보다 한 시즌 앞서 트레이드로 오리온스에 왔다.
충분한 출전시간을 갖고 자유분방한 농구에 익숙한 전태풍과 포워드임에도 공을 가지고 센스 있는 농구를 즐기는 김동욱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통상적으로 팀마다 제1옵션·제2옵션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원활한 선수단 운영을 위해서 서열 정리라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추 감독은 둘 중 누가 팀의 중심으로 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주지 못한 모습이 짙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서부터 이런 기류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추 감독은 올 시즌 김동욱에게 주장을 맡겼다. 결과적으로 주장에서 물러났기에 이 또한 실책이 됐다.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팀에서 넘버원이 되기를 바랐지만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전태풍과 주장을 맡으면서 책임감을 가졌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스트레스를 외적으로 표출한 김동욱이다.
전태풍은 지난 시즌 경기당 32분24초를 소화했지만 올 시즌 평균 23분10초로 10분 가까이 출전시간이 줄었다. 김동욱은 올 시즌 유난히 구설에 자주 오르고 있다.
올 시즌 초반부터 이적설이 돌았다. 당시 추 감독은 "올 시즌 어떤 선수도 트레이드는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미 선수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다"고 강조했다.
추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 중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공부를 많이 하는 학습형 지도자다. 그러나 선수단 장악과 관련해서는 꾸준히 물음표가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추 감독은 전태풍과 김동욱 사이의 묘한 기류를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실패했다. 팀 전체의 경기력·분위기 저하로 나타났다.
추 감독이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