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법정공방으로 인해 표류하고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의 새 사업자 선정 과정이 제2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일 오전 10시50분 서울고등법원에서 체육진흥투표권 신규사업자선정과 관련한 입찰절차중지 가처분신청의 항고심이 열린다.
가처분신청과 관련한 법적 절차는 이의신청, 항고, 재항고의 과정을 거치는 데, 항고심은 이 가운데 두 번째 과정에 해당한다.
이번에 예정된 법원의 심리는 조달청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지난 9월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51부)이 기각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 7월15일 내린 가처분결정문을 그대로 인용결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채무자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이의절차에서의 주장과 소명자료를 모두 살펴보더라도 채권자들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여전히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고 판시했다.
채권자, 채무자는 가처분신청에 있어 사용하는 법률적 용어로서 일반 소송의 원고, 피고의 개념과 같다. 팬택씨앤아이가 조달청을 대상으로 낸 이의신청에 따라 채권자는 팬택씨앤아이, 채무자는 조달청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웹케시 컨소시엄이 된다.
조달청은 자신들이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달 7일 고등법원에 항고심을 접수시켰고, 이에 대한 항고심 1차 심리가 다음달 2일로 잡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스포츠토토 새 사업자 선정 과정을 돌이켜보고 향후 쟁점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토토 새 사업자 선정 왜 꼬였나?
스포츠토토의 원수탁 사업자인 (주)스포츠토토의 모그룹인 오리온그룹 경영층의 비리 및 횡령 문제가 터진 것이 지리한 법정 싸움의 씨앗이 됐다.
지난 2012년 스포츠토토에 대한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모그룹 임원들이 구속되면서 조직적인 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다.
투명성이 생명인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에 심대한 타격이었다. 위탁 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투명성 보장을 위해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공영화 방안을 모색했다.
투표권 발행사업을 공영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의 개정이 불가피했다. 관련법 제25조에는 공단이 민간업체나 개인에게 투표권 발행사업을 위탁해 운영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2년 11월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54)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민간에 위탁했을 경우 태생적으로 비리와 연루될 수밖에 없는 투표권 사업을 공단이 직접 맡아 운영함으로써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리 문제를 막고자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순조롭게 통과될 줄로만 알았던 법률개정안은 2013년 내내 국회에서 잠만 잤다.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수 차례 논의만 반복되다가 결국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한 채 폐기됐다.
지난해 4월 처음 열렸던 국회 법안심사소위가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6월·7월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대치 정국을 넘어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세 차례 소위가 열렸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끝내 공영화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단은 공영화 추진을 포기하고 지난 1월2일 (주)스포츠토토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 만료 기간인 7월2일까지 새 사업자 선정에 나서게 됐다.
▲소송전으로 번진 새 사업자 입찰 과정은?
공영화에서 새 민간 사업자 선정으로 방향을 튼 공단은 지난 3월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입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3월 4일부터 11일까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 사전 규격'을 공개하면서 새 사업자 선정 과정이 시작됐다.
입찰제안서 접수와 심사를 통해 5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고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8월부터 새 사업자의 투표권 발행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 큰 그림이었다.
조달청은 지난 5월13일 금융솔루션 전문업체 ㈜웹케시를 체육진흥투표권발행사업자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선정했다.
하지만 순조롭게 보였던 새 사업자 선정과정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 5월14일 웹케시 컨소시엄과 협상을 개시한 공단은 입찰제안서상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공단은 차기 투표권 발행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웹케시와의 최종 계약 과정에서 계약 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문제점을 발견해 조달청에 재판단을 의뢰했다.
조달청이 1순위 업체로 선정한 ㈜웹케시가 제출한 기술제안서상의 자금조달계획과 입찰제안서상의 위탁운영비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계약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한 때문이었다.
㈜웹케시가 입찰 관련 프리젠테이션에서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해 높은 점수를 받아 통과한 뒤, 본 입찰제안서에는 다시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의 부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단은 위탁운영수수료율을 2.073%(부가가치세 포함)를 제시했는데 웹케시는 입찰 관련 프리제텐이션에서 1% 후반대를 제시했고 마지막 입찰 때는 1% 중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이 문제가 협상의 범주인지 아니면 협상 이전의 범주인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협상자를 최종 선정했던 조달청에 의견을 구했다.
조달청은 웹케시 컨소시엄을 포함한 나머지 컨소시엄으로부터 소명자료를 받아 재검토했고, 문제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단은 조달청의 판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업체인 웹케시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투표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했다가 종합평점에서 2순위로 밀린 해피스포츠컨소시엄이 지난 6월26일 법원에 입찰절차중지가처분신청을 내면서 소송전이 시작됐다.
사건을 배정받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는 지난 7월15일 해피스포츠컨소시엄의 주장을 전부 인용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체육진흥투표권 새 사업자 입찰에 관해 케이토토(웹케시)컨소시엄과 계약 체결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된다"며 "추후 입찰과 관해서는 해피스포츠(팬택씨앤아이)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당초 자신들이 내린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어지자 조달청은 즉각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그릇될 선례를 남길 경우 투표권 사업자 선정건과는 별개로 향후 쏟아질 많은 소송들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조달청의 이의신청마저도 기각했다.
▲향후 절차와 남은 쟁점은?
지리한 법정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가처분 이의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항고와 재항고의 과정이 남았다.
대법원을 통한 재항고까지 결론이 나지 않으면 본안 소송까지 가게 된다. 본안 소송 역시 1심, 2심, 3심까지 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법정 싸움으로 2~3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그 사이 현행 투표권 발행사업자인 (주)스포츠토토(오리온 그룹)는 계속 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공단이 부여한 스포츠토토에 대한 사업권은 올해 말로 만료된다. 현재로서는 사업권 재연장이 불가피하다.
어쨌든 현행법상 위탁사업자인 공단의 빠른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본안 소송을 전제로 한 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 끊고 새 사업자와의 계약을 진행해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공단은 큰 틀에서의 플랜 A·B·C를 놓고 고민 중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플랜 A는 항고심까지의 결과만 지켜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공단과 문체부, 조달청 등 핵심 기관 세 곳은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내년 3월까지 항고심이 끝나는 것을 전제로 내년 8월부터는 새 사업자가 나서 투표권발행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플랜 A다. 약 4개월 여 동안에 계약을 마무리짓고 인수인계를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27일 "웹케시 측이 항고심 결과에 불복하고 본안 소송으로 끌고 가더라도 조달청이 안 따라가면 그만이다. 항고심 판결만 뒤집히지 않는다면 계약부터 인수인계는 3개월이면 된다. 항고심이 3월까지 끝나느냐가 관건이다"고 전했다.
플랜 B는 조달청이 소송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본안 소송까지 제기했을 때의 경우다. 모든 재판이 끝날 때까지 현행 사업자인 (주)스포츠토토 측에 위탁운영을 맡긴다는 안이다.
문제는 (주)스포츠토토가 시한부 사업권을 받아 계속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느냐 여부다. 국정감사를 통해 매달 36억원의 위탁운영비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플랜 C는 플랜 B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비상계획이다. 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은 플랜 B와 같다.
(주)스포츠토토가 사업연장권을 수용하지 않고 반납했을 때 공단이 임시로 운영한다는 안이 플랜 C인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