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습의 벽을 깨고 자아를 찾아 나선 여인 … ‘테레즈 데케루’

1928년 프랑스 랑드의 부유한 정치가의 딸인 테레즈는 드넓은 소나무 숲을 소유한 마을의 지주 베르나르와 정략 결혼을 한다. 총명하고 예민한 그녀는 결혼을 하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평온해지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과 속물적인 시부모에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무미건조한 일상은 하루하루 그녀의 영혼을 질식해온다.

어느 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시누이인 안느가 자유로운 영혼의 청년 장 아제베도와 사랑에 빠지고 테레즈도 장에게 매혹되고 만다. 장과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 이후 새로운 삶에 대한 욕망이 불타오른 테레즈는 남편 베르나르가 의사 처방으로 매일 마시는 약에 치명적인 독인 비소 성분이 미량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함량을 몰래 늘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프랑스 영화 ‘테레즈 데케루’(감독 클로드 밀러)는 프랑수아 모리아크(1885~1970)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5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여하는 역할과 규범에 의문을 품고 저항하며 온전한 자아를 찾기 위해 애쓰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다는 점에서 ‘디 아워스’ ‘댈러웨이 부인’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 여성주의 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또 결혼, 가정, 사회로 인해 억압된 여주인공이 자유를 추구한다는 면에서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비교된다.

테레즈가 다른 두 작품의 주인공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그녀의 범죄의 모호한 의도다.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건이 부재한 상황에서 테레즈의 애매한 살해 동기는 그녀를 실존적 고뇌를 지닌 존재로 만든다. 보바리 부인과 안나 카레리나가 사회적 억압과 성적 차별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반면, 테레즈 데케루는 구원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희망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타이틀롤인 오드리 토투(36)는 2001년 ‘아멜리에’ 이후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됐다. ‘스패니시 아파트먼트’ ‘코코 샤넬’ ‘시작은 키스!’ ‘뷰티풀 라이즈’ ‘인게이지먼트’ 등에서 주목받았고 ‘다빈치 코드’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활약했다. 

시종일관 창백한 얼굴, 꼭 다문 입술, 허공을 응시하는 슬픈 눈빛으로 등장하는 토투는 테레즈의 불안과 내적 갈등을 탁월한 내면 연기로 표현했다. 영화 후반 나날이 야위고 초췌해지는 테레즈의 모습 또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12월4일 개봉, 15세관람가.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