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중에 저보다 나이 많은 멤버도 있어요.”
겉늙은 게 아닌데, 아니 분명 동안인데도 놀라운 말이다. 다져놓은 밭이 광대해서일까, 성숙한 생각과 말 때문일까, 그는 분명 실제보다 나이 들어 보였다. “한 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고 죽자는 생각”이라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28) 이야기다.
임형주는 “해보고 싶은 것 중에 못해 본 게 많지는 않다”는 인물이다. 위키피디아에 ‘카네기홀의 3개 홀을 모두 정복한 최초의 한국인 음악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역대 4번째이자 최연소로 단독 콘서트’ ‘대한민국 팝페라/크로스오버 음악가 최초 개인음반 누적판매량 100만장 돌파’ ‘세계 4대 메이저 음반사 모두와 독집 음반계약을 체결한 첫 한국인 음악가’ 등으로 묘사된 그의 화려한 이력을 모두 읽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막상 서른 살을 넘긴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싱숭생숭하죠. 얼마 전에 친구들에게 ‘서른 살까지 뭐 해놓은 게 없는 거 같다’라고 했더니 친구들이 막 뭐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막상 아쉬워요.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죠.”
“모든 걸 다 쏟고 있다. 집에 들어갈 때면 신발을 어떻게 벗는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욕심이 많다. 지난날을 짚는 것도 잠시다. “앞길이 구만리”라고 다시 본인을 다잡는다. “향후 10년 동안 중점적으로 하고 싶은 건 NGO 활동이에요. 봉사하면서 참된 기쁨을 느끼고 힐링을 받고 있는 거죠.”
이 밖에 단편영화 감독, 15개 신문의 구독자, 유력 일간지 고정 칼럼 기고자, 비영리 ‘아트원문화재단’ 설립자, 25만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트위테리안 등 다양한 수식어가 그를 장식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노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골프 연습을 놓지 않듯 음악도 죽는 순간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거 같아요. 계속 연습을 해야 하고 매너리즘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죠.”
부단한 연습도 세월과 함께 변하는 목소리를 어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변화에 또 만족한다는 임형주다. “중저음이 두꺼워졌어요. 예전에는 목소리가 변하는 게 두려웠죠. 하지만 1~2년 전부터는 ‘물 흐르듯이 살자’는 생각이에요. 욕심을 버리고 노래하다 보니 좀 더 자연스러워진 거 같아요.”
임형주가 이달 5집 ‘파이널리(Finally·마침내)’ 리패키지 앨범을 발표한다. 지난해 12월 8년 만에 발표, 클래식음반 판매차트 1위에 올랐던 동명의 앨범에 두 곡의 신곡을 더해 내놓는 앨범이다.
“올해 초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로 프로모션을 못했죠. 제작 기간만 5년이 걸린, 정말 큰 애를 써서 만든 앨범이거든요. 다시 한 번 프로모션 한다는 느낌입니다.”
26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로맨틱 콘서트 ‘파이널리(Finally·마침내) - 부제 : & 뉴 스타트(New Start)’를 열고 대중과 만난다. 임형주의 대표곡 ‘하월가’ ‘행복하길 바래’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비롯해 클래식 오페라 아리아, 올드팝, 뮤지컬,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드는 곡들을 들려준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이 왕”이라는 마음으로 관객을 맞는다. 2012년 예술의 전당 공연 당시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다채로운 스페셜 타임을 마련할 예정이다.
“무대도 일상 같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에는 노래를 잘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노래를 즐기려고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노래가 더 잘돼요.”
다시 분주할 임형주를 만날 드문 기회다. 임형주는 내년 상반기 미국 카네기홀, 런던 위그모어홀 무대에 선다. 일본 앨범 발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