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모습으로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 감자'를 날렸던 카를로스 케이로스(61·모잠비크)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숨겨진 의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지난 17일 오후 6시(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내셔널 풋볼 아카데미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과의 평가전 대비 사전 기자회견에서 "당시는 월드컵 최종 예선이었기 때문에 감정적이었다. 과거는 과거이고 내일은 서로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이어 그는 "한국이라는 좋은 팀을 만나서 아시안컵 이전에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팀 한국을 높여주기까지 했다.
그는 지난해 6월19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0 승리를 거둔 뒤 최강희(55) 전임 대표팀 감독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며 감정을 자극한 장본인이다.
그 전에는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최강희 감독의 사진을 배에 붙이고 마음껏 조롱하기도 했다. 거침없는 성격에 다혈질로 유명하다.
한국은 당시 안방에서 당한 패배의 아픔에다가 상대 감독에게 모욕까지 더해 심한 충격에 빠졌다. 상황을 지켜본 한국 축구팬들도 케이로스 감독의 도발에 끓어올랐다.
그랬던 케이로스 감독의 태도가 17개월 여만에 갑자기 바뀌었다. 마음껏 한국을 조롱하던 거만함은 빼고 겸손한 모습을 더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 밖에 있던 시나리오였다.
지난해 '주먹 감자' 사건을 복기하며 사과할 뜻이 없는지 묻고자 질문할 차례를 기다리던 한국 취재진들은 케이로스 감독의 선제적 대응(?)에 할 말을 잃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케이로스 감독의 말을 같이 듣고 있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갑작스런 사과에 미소를 지으며 이해되지 않던 상황을 정리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감독끼리의 워크숍에서 슈틸리케 감독과 케이로스 감독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 감독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모르지만 평가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이 감정 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이 케이로스 감독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갑작스런 사과에 한국과 이란 사이의 얽혀 있는 감정 싸움은 어느 정도 풀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 당일에도 케이로스 감독의 이 같은 태도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