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과의 중동 원정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축구대표팀이 마지막 결전지인 이란 땅을 밟았다. 호주아시안컵을 대비한 본격적인 모의고사가 시작됐다.
15일 오전 요르단 암만을 떠난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16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22명의 태극전사는 6시간의 비행시간과 2시간의 대기시간을 더해 8시간 여정 끝에 이란에 입성했다.
전날 경기를 치르고 별도의 회복 시간 없이 곧바로 이란행 비행기에 올랐던 선수들의 모습에서 피곤함이 읽혔다.
피로보다 우선한 것은 다름 아닌 이란 원정에서 첫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대표팀의 굳은 의지였다.
'슈틸리케호 2기' 주장 구자철(25·마인츠)은 취재진과의 공항 입국 인터뷰에서 "이란전에 대한 경험은 많지만, 원정 경기는 처음"이라면서 "이란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 이를 이어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란은 호주 아시안컵에서 만날 수 있는 상대기 때문에 평가전이지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굳은 의지를 다졌다.
한국은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란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다. 5전2무3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이란과의 통산 상대 전적으로 넓혀도 27전9승7무11패로 열세에 있다. '아시아의 맹주'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이란과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확실한 도전자의 입장이다.
슈틸리케 감독을 포함한 22명의 대표팀 모두 현실 인식을 하고 있고, 충분한 동기부여를 갖고 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61·모잠비크) 이란 감독이 지난해 6월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당시 최강희(55) 대표팀 감독을 향해 '주먹 감자'를 날리면서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원정 출국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경기에서) 최근에 어떤 성적을 냈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이 기존에 안 좋았던 결과를 되갚아 줄 좋은 기회"라며 설욕의 의지를 보였다.
주장 구자철 역시 소집 후 "선수들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돼 있다. 오랫동안 가져보지 못한 우승 타이틀을 가져 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로 한국(66위)보다 위에 있다. 브라질월드컵 이후 한 차례의 친선경기도 벌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기력이 의문이지만 까다로운 팀은 분명하다.
특히 10만 명이나 수용 가능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내뿜는 이란 관중의 열기는 상대를 위축시킨다.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해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날 대표팀의 입국장에는 다수의 이란 현지 매체들이 취재를 나왔다.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대부분을 인터뷰하며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이란의 한 기자는 "한국에서 열린 경기에서 '주먹 감자' 사건 등으로 양팀을 둘러싼 분위기가 안 좋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케이로스 감독이 TV에 출연해 홈 관중을 향해 경기장을 많이 찾아줄 것을 당부했다"고 두 팀 간의 달아오른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